허락은 필요없다 [나에게 필요한 건 허락이 아닌, '내 몸에 대한 권리'이었습니다]

위티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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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필요한 건 허락이 아닌, '내 몸에 대한 권리'이었습니다


남성과 성관계를 시작하게 되고 내 생활에는 전에는 없었던 스트레스가 생겼습니다. 바로 임신에 대한 공포.

피임을 해도 생리 날짜가 밀리면 하루하루가 불안했고, 콘돔을 안 쓰거나 빠진 날에는 밤새 인터넷으로 임신 확률과 임신중절 방법을 검색해보며 불안에 떨었습니다. 19살에 처음으로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아 먹었습니다. 청소년기에 남성과 성관계를 시작한 많은 여성청소년들은 저처럼 불안에 떨었을 겁니다. 물론 비청소년이 되어도 임신에 대한 공포는 동일합니다. 다만 여성청소년들은 더 쉽게 비난 당하고 고립될 위치에 있기에 그 불안이 한층 더 큽니다.

사후피임약을 처방받기 전 임신확률을 검색하고 약의 가격을 알아봤습니다. 걱정이 커져 임신중절 방법과 가격, 미프진을 구하는 방법과 가격 후기를 살폈습니다. 검색을 하는 내내 "만약 임신을 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왜 난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 고민을 하고 불안해야 하는 거지? 산부인과에 갔는데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의사가 뭐라고 하거나 병원에 있는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보면 어떡하지?"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에서 복잡하게 엉켰습니다.

당시 남자인 애인을 사귀고 있어서 임신에 대한 공포는 종종 생겼습니다. 지정 성별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장 큰 불안감과 억울함이 생겼을 때가 이때입니다. 임신에 대한 공포가 생기기 전까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크게 억울하지 않았습니다. 여성이라서 억울한 게 아니라 같이 한 성관계인데 여성만이 불안하고 공포스러워 한다는 게 억울했습니다. 법이라도 잘 되어있으면 괜찮았을 텐데, 내가 한 선택이 아니더라도 나는 범법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임신하고 출산을 선택하지 않으면 범법자라니요.

누구는 임신중절이 합법화된다면 여자들이 책임감 없이 문란하게 섹스를 하고 다닐 거라고, 그 여자들에 의해 죄도 없는 생명이 아스라 질 거라 말합니다.

책임감 있는 섹스를 원한다면 모든 성별에 똑같은 제제를 주기를 주장하면 됩니다. 왜 임신중절 반대라는 논리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여성만을 협박하십니까?

원치 않는 임신을 원하는 여성도, 임신중절을 쉽게 생각하는 여성도 없습니다. 자신의 건강과 삶에 연관된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제가 더 불안하지 않은 일상을 보낼 수 있길, 만약 임신을 하더라도 몸과 마음에 건강한 방법으로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려고 한다면 눈앞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여성들을 먼저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생명을 해치려 하는 게 아닌 내 삶과 건강을 지키려 할 뿐입니다. 14주라는 말도 안 되는 제한이 아닌 온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권리를 원합니다. 내 몸에 대한 권리는 국가가 아닌 저에게 있습니다. 내 건강과 삶은 국가가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책임져주지 않는다면 내 권리를 침해라도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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