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은 필요없다[나에게 필요한 건 허락이 아닌, "경청" 이었습니다]

위티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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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필요한 건 허락이 아닌, "경청" 이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허락이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다. 문장을 쓰고 나서 잠시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미 목소리는 도처에 있었는걸. 더 잘 말하기 위해서, 더 더 잘 말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애를 썼는 걸.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지나치던 일들은 얼마나 오래였었더라. 허락을 구할 목소리로조차 여겨지지 않는 음성을 우리는 얼마나 오래 소리 내고 있었더라. 도처에는 소리로 자욱한데도 불구하고, 도무지 음성이 언어로 고려될 기미가 없던 것은, 그것은 또 얼마나 오래였더라.

 나의 존재가 은폐된다. 은폐가 유발된다. 우리는 이 유발됨을 붙들고 되묻기로 한다.

 왜 울음과 신음을 언어로 여기지 않아? 왜 들리는 목소리를 듣지 않아?

 이제는 나의 목을 붙들고서 애를 쓰는 대신에, 듣기를 거부하는 귀를 응시하기로 한 거야. 쓰라린 쪽이 더 이상 소리 내느라 부르튼 우리의 목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요구하기를 경청하기를. 붙들고 흔들기를 경청하기를. 은폐를 유발시키는 그 모든 묵살 앞을 우뚝 가로막으면서. 그리고 그 앞에서 연이어 궁금해지는 것은.

 중력이 있는 지구에서 위로 크게 뛴 다음, 아래로 떨어지는 뜀박질을 하는 것에 우리는 허락을 호출하는가?

 엘리베이터가 내가 누른 층에 서는 것에. 나의 인사를 당신이 받아주는 것에. 우리는 허락을 호출하는가?

 허락은 여기에 등장하는가?

 다시 궁금한 것은.

 계속하여 여기 있었던 마땅한 것들을 몰아내려는 일에 반발하는 것에서, 우리는 허락을 호출하는가?

나의 행위를 지정하고 규명하려는 음성이 언어가 되는 일을 당연시하지 않겠다는 것에서, 우리는 허락을 호출하는가? 거듭되는 질문은 우리의 윤곽을 따라 선명해진다.

 누군가의 허락이 우리의 발화에서 존재를 과시해야 하는가? 우리 앞에 허락이 선행해야 하는가?

 나에게서 비롯된 적 만무한 규명에 나는 언제까지 스스로의 이름을 혼동하길 요구받아야 하는가?

 선명한 질문 속에서 우리는 다시 자욱한 소리를 듣는 것이지. 은폐되는 모든 소리와, 그 은폐를 유발하는 모든 것들에게서 우리는 되묻는 것이지. 존재를 은폐시키는 소음만을 언제까지 언어라고 칭할 것인지.

 그게 들리는 전부인 것인지. 우리가 허락을 왜 호출해야 하는지. 애시당초 허락은 여기에 등장한 적이 없었어.

 이름을 모른다면 알려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여기에는 말이지, 경청이 있었어. 인사가 있었어. 안부와 존재를 해치지 않는 질문이 있었어. 그러니까, 들리지 않는다고 여겨진 믿음을 허물어트리는 경청이 있었어.

권나민

 #낙태죄폐지 #허락은필요없다 #청소년_임신중절권_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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