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온라인 개학은 학습권을 보장할까 - 코로나19에 따른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방침에 반대하며

위티
202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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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온라인 개학은 학습권을 보장할까

- 코로나19에 따른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방침에 반대하며


  3월 31일, 교육부는 초중고교 단계별 온라인 개학 방안을 발표했다. 정해진 개학 일시인 4월 9일까지 열흘 남짓이 남은 시점이었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보유 조사를 진행했으며, 하루도 안 되어 17만 명의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개학 준비는 하나도 되지 않았다. 기자재 지원, 온라인 플랫폼의 안전성 점검, 수업 전반의 상세 매뉴얼 마련까지 갈 길이 멀다.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방침은 오로지 대학 입시 일정을 맞추기 위한 강행군이다.

  한편, 학원가에서는 강사들이 줄줄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며, 집단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3월 27일 기준, 서울의 학원 80% 이상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서울 도봉, 강남 등의 중심 학원가에서 강사의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했으나, 입시 성공을 위한 사교육은 계속되고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요구되었던 3월에도 학생들은 학원으로 향해야 했다. 건강을 지키는 것보다, 당장의 입시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온 사회가 ‘잠시 멈춤’을 외쳤지만, 입시경쟁은 멈추지 않았다. 재난 가운데 가장 먼저 솎아지는 것은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다. 2016년과 2017년, 경주와 포항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학교 당국은 대피가 아닌 자습을 요구했다. 포항 지진 직후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는 “시험 중 지진이 나도 옆 사람과 대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진대피요령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에서 학생들은 ‘코로나19’보다 ‘입시 실패’가 더 두려운 일임을 습득한다.  

  바이러스의 등장은 대학 입시를 더욱 불안정하고 불평등하게 만들었다. 스마트 기기 보유 여부에서도 드러나듯, 성급한 온라인 개학은 학생들 사이의 학습격차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저소득층, 스마트 기기 미보유자, 통신 소외자, 장애인 등 취약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 더욱 극심한 학습격차를 감내해야 한다. 입시제도는 애초에 공정할 수 없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국내 의대에 다니는 학생의 48%가, SKY 대학의 40.7%가 고소득층 자녀라고 한다. 우리는 입시를 통해 친권자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그의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사회를 살아간다. 

  공정하지 않은 대학 입시의 형식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개학에 반대한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시작하는 이유를 ‘학습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진정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해온 것은 제대로 된 배움 없는 줄 세우기식 입시경쟁 교육일 것이다. 입시경쟁을 멈추지 않는 이상, 차별과 불안의 삶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정하는 과정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27일,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신학기 개학’에 대한 현장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해당 설문조사의 대상은 교원, 학부모에 한정되었다. 학생 당사자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았음에도, 온라인 개학이 학습권 보장이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기만이다.

  그간 청소년은 학교와 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어 왔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 위원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학생 참여는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작년 말, 만18세 선거권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지만, 여전히 사회에는 청소년을 정치적 주체로 바라보지 않는 인식이 만연하다. 사회 전반에서 청소년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은, 반영하지 않아도 되는 의견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을 준비해야 하는 당사자이며, 엄연한 교육의 주체다. 학교의 운영방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배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아가 코로나19로 인해 찾아온 것은 ‘학습의 공백’이 아닌, ‘돌봄의 공백’이다. 아동청소년이 집에서 일상을 보내기 시작하자, 양육자가 감당해야 할 돌봄의 몫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특히나 빈곤 가정, 장애 아동의 가정 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에서는 돌봄이 더욱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이에 교육부는 코로나19 이후,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휴업기간동안의 긴급돌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담교사가 부족하거나, 가정에서 도시락을 싸오라고 요구하는 등 정부가 제공하는 돌봄의 질은 매우 낮다. 지난 4월 1일, 고용노동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긴급돌봄을 맡기는 경우는 14.6%로 매우 낮았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정의 위기는 그간 아동청소년에 대한 돌봄이 누구에게 전가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동청소년을 돌보는 것은 온전히 여성 양육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독박육아가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아동청소년의 돌봄을 위한 공적 자원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간 우리 사회가 아동청소년을 사회적 존재가 아닌 학교와 가정에 귀속된 존재로 여겨 왔기에, 아동청소년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도 부족한 상황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는 없을까? 온라인 개학 사태는 그간 쉴 틈 없이 이어져온 학습노동과 입시경쟁에 대한 반성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의 돌봄에 대한 공적 자원이 부족한 현실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이 학교나 가정의 통제를 받아야 할 대상을 넘어, 사회적 논의를 공유할 수 있는 동료 시민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의 허점이 속속들이 드러난 지금, 학교의 존재의미를 성찰하고, 아동청소년과 관계 맺는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온라인 개학 일자를 연기하고, 모두가 배제 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를 갖춰라.

  둘째 입시보다 안전이 먼저인 재난 시스템을 구축하라.

  셋째, 온라인 개학에 있어 학생들의 요구를 수렴 및 반영할 수 있는 창구를 개설하고, 학생인권법 제정을 통해 학생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

  넷째, ‘돌봄 공백’을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아동청소년의 돌봄을 위한 사회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라.



2020년 4월 5일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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