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여성 청소년이 동등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는 응답하라

위티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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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소년이 동등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는 응답하라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이 10만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함께 애써 온 우리들의 작은 승리입니다. 이제는 그 뜻을 이어 국회가 응답해, 제정 역시 빠르게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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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그 어느 때보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5월 24일 국민동의 청원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청원의 취지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지 15년이 지났으나 아직 차별금지법이 없음. 헌법상 평등권 실현을 위해 국회가 바로 지금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제정해주기를 바람.”이라고 썼다. 동의 수가 10만 명이 채워지면 국회에서 의안에 준하여 논의될 수 있다. 현재(2021.06.14.) 동의 수는 10만 명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향한 ’사회적 합의’로 보기에 충분한 숫자다. 이제는 국회가 응답해야 할 때다.


차별금지법은 그간 말해져왔지만 여러 사안에 밀려 ‘나중’을 선고받아야 했다.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밀리기도, 몇몇 조항이나 단어를 삭제해야 한다고 압박받기도 했다. 실제로 2007년 법무부는 차별금지사유 중 ‘성적지향, 학력 및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전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을 삭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인권을 미룰 수 있는가? 인권은 누군가 허락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한 명이라도 제외 될 가능성이 있는 ‘인권’은 인권이 아니다. 이제 법은 이렇게 당연한 인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끌어가야 한다.


특히 위티가 창립한 이유이기도 한 여성 청소년/청소년 페미니스트가 겪는 차별 역시 주목해야 한다. 여성 청소년은 여성과 청소년이라는 복합적인 정체성으로서 차별에 노출되고는 한다. 학교에 다니는 경우,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차별에 스스로 대처하기란 쉽지 않다. 그저 교실에서 책을 읽는 것임에도 그게 페미니즘 책일 경우 많은 청소년들은 ‘페미니스트’로 낙인찍힐 것이 두려워 쉽사리 책을 꺼내지 못한다. 페미니즘 책을 들었다며 ‘페미 연예인’으로 악플의 표적이 되는 여성 연예인처럼,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현재 학교의 분위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소년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며, 학교에서 “보호자에게 알리겠다는” 아웃팅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는 청소년이 보호자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나이주의적인 사고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사회가 만들어 낸 복합적 폭력이다. 


학교 밖도 청소년에게 안전한 공간은 아니다. 근로 현장에서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동일한 일을 하는데도 임금을 적게 주는 것이 관행처럼 퍼져 있다. 여성 청소년일 경우 근무지에서 성희롱의 위험에 더욱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폭력을 경찰에 신고할 때조차도 청소년은 보호자 동행을 요구받거나, 반말을 듣거나, 제대로 고지 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법적 설명에 대해 듣지 못하는 등의 차별을 겪는다. 실제로 여성 청소년이 성폭력 피해자일 경우 보호자에게 알려질 것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는 성차별과 나이주의라는 복합적 차별이 만들어 낸 결과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들이 겪는 위험과 차별을 가장 빠르고 쉽게 막아낼 수 있는 방파제가 될 것이다. 


위티는 그동안 여성 청소년, 청소년 페미니스트들과 현재에 놓인 우리의 일상을 바꿔 왔다. 여전히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뭔가 큰 일이 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변화는 언제나 두려움과 함께 온다. 세상은 항상 그렇게 바뀌어왔다. 차별금지법은 그저 소수자가 소수자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의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가 불평등을 겪었을 때 말할 수 있다는 상상력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차별에 민감한 사회가 된다면, 가장 약한 이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청소년이 동등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 국회는 응답하라.


2021년 6월 17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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