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스쿨미투 행정소송 항소 규탄 기자회견에 함께했습니다

위티
20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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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티는 오늘 <정치하는엄마들>에서 주최한 #스쿨미투 행정소송 항소 규탄 기자회견에 연대발언으로 함께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한 각 시도교육청들이 가해교사 처벌 결과에 대한 정보 공개를 거부하자, 지난해 5월, <정치하는 엄마들>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5일, 대법원은 “피해자·가해자 분리 여부, 가해교사 직위해제 여부, 교육청의 징계요구 내용 및 처리 결과 등에 대한 정보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가해교사 개인 정보 우려'를 이유로, 여전히 스쿨미투 고발자들에게 학내 성폭력 사안처리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아래는 양지혜 공동대표의 연대발언입니다.



  안녕하세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공동대표 양지혜입니다.

  스쿨미투는 2018년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사회분야 이슈입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압도적인 위계로 인해, 얼굴을 드러낼 수 없었던 많은 학생들이 익명을 빌려, 학내 성폭력 문화를 고발했습니다. 당시 조희연 교육감은 스쿨미투 해결을 위해 행정 안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대한민국 교육부 역시 가해 교원의 징계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지해 징계 결과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모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내 성폭력을 고발한 청소년들은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 관여할 수 없을뿐더러, 가해 교사의 조사 및 처벌 결과에 대해서도 알 수 없습니다.

  작년 이맘 때 즈음, 스쿨미투 고발을 표현하던 문장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피해 학생은 떠났고, 가해교사는 돌아왔다.” 작년 하반기 공개된 교육부의 초·중·고 학교급별 교원 성비위 징계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원 중 절반 이상이 교직에 복귀할 수 있는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고 합니다. 용화여고의 ‘창문 미투’를 기억하시나요? 용화여고에서 징계를 받은 18명의 교원 중 15명의 교원은 복직했고, 용화여고의 신입생들은 가해교사가 누구인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는지, 공동체 문화는 변화했는지 알 수 없는 채로 학교를 다녀야만 합니다. 이것이 학생들의 용기에 대한 교육청들의 응답입니까?

  지난 2년간, 스쿨미투 고발자들은 학내 성폭력을 고발한 이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안이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으며, 사안 처리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전달받을 수 없었습니다. 스쿨미투 고발자들은 학교를 바꾸기 위해 말하기를 시작했지만, 교육 현장에서 이들의 역할은 ‘피해자’ 혹은 ‘민원인’으로 한정되었습니다.  성고충심의위원회, 학교폭력위원회 등 사안을 논의하는 기구에는 교사 위원, 외부 자문위원은 존재하나, 학생 위원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각 학교와 교육청은 문제를 키우지 않기 위해, 형식적인 사안 처리만을 진행할 뿐, 학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스쿨미투를 고발한 학생들에게 사안처리 결과를 고지하지도 않았을뿐더러, 학내 성평등 문화 조성,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대책도 미비했습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스쿨미투 고발자들이 고발 이후, 변하지 않는 현실에 상처받고, 절망해야 했습니다. 교육청은 그 절망의 무게를 느끼고 계십니까?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사안처리의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 성인권시민조사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성인권 시민조사관입니다. 학내 성폭력 사안이 페미니즘적인, 동시에 학생인권에 입각한 관점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단체에서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은 현장에서 말하기를 이어가고 있는 학생들, 청소년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사안처리 과정과 그 결과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학내 성폭력 사안처리 결과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단 한발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수십 년간 은폐되었던 학내 성폭력을 고발한 이들은 누구입니까? 침묵을 깬 학생들입니다. 학생만이 성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학교를 자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이들의 외침이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각 시도교육청과 정부는 제 몫을 다하십시오. 학생들이 익명의 ‘피해자’나 ‘민원인’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차별과 폭력에 문제제기하고 직접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권력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의 항소 의사를 규탄하며, 스쿨미투 고발 이후의 학교가 학생들이 직접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 수 있는 세상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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