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성명] 성폭력은 교육이 될 수 없다 - 정신여자고등학교 스쿨미투 가해교사 1심 판결에 부쳐

위티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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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8일 오전 10시,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정신여고에 재직했던 3명의 가해 교사 중 김씨와 하씨에게 벌금 700만원과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40시간을, 목사 강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 학생들이 용기 내어 피해 사실을 고발하고 기소까지 진행했음에도, 응당 그에 응답해야 할 재판부의 판결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정신여자고등학교에서는 2018년 첫 공론화 이후, “너희는 정신여고 학생이니까 정신대 가야 돼” 등의 발언을 포함한 수십 여 개의 학내 성폭력이 고발되었다. 2018년 말, 교육청 차원의 감사가 진행되었으며, 전수조사와 대면 사과, 징계 처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3개월 정직 처분 등 가해교사 징계 수위는 매우 미약했고, 한 가해교사는 수업시간에 성희롱 및 성추행 형사 처벌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돌리기까지 했다. 학생들의 고발 이후에도 학교에서는 성찰이나 변화의 여지는 부재했다.  


    재판부는 강씨에 대한 해당 기소 내용이 “피해 학생의 수업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 있어서 벌어졌고”, “학생들이 많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행을 시도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우며”, “해당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해당 장면을 목격하며 웃었다는 점 등에” 기반해 추행 행위에 적용하기 어렵고, 그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판결 사유는 재판부가 해당 사건이 벌어진 학교라는 공간의 위계 관계와 폐쇄성에 대해 전혀 이해하거나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을 드러낸다. 


  학생의 직접적인 진로나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생활기록부나 추천서를 교사가 주관적으로 작성하고, 학생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 규제하는 교실에서 교사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교사가 학생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고, 그것이 얼마나 부당하던 ‘교사의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문제 제기할 수 있는 학생 역시 없다. 있다고 한들 그 상황에서 곧바로 그것이 성적인 폭력임을 인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실제로 고발로서 학교 내부에서 학생 개인이 겪을 2차 가해와 불이익 등을 고려하거나, 당시에는 폭력임을 인지하지 못한 학생들에 의해 대다수의 스쿨미투 고발은 졸업 이후에 이루어진다. 


  게다가 재판부는 김씨와 하씨 역시 “문학작품 설명 과정에서 이루어진 과정”, “범죄의 전력이 없음”, “교사로써 30년가량 성실하게 근무함”, “사건 범행으로 인해 이미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음”, 등의 사유를 감안해 판결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기소까지 결단했음에도 재판부는 ‘수업의 일환이라며’ 가해 사실을 교육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스쿨미투가 지나온 2년 간 교사가 ‘교육의 일환이었다고’ 증언하는 가해를 얼마나 무수히 목격했는가. 이는 ‘악한 개인’의 악행이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 체제 전반의 문제이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교육 자체가 이미 폭력적인 토대 위에 세워져 끝없는 차별과 혐오를 생산해왔으나, 위계적인 내부 체계에 의해 이제껏 묵인되고 지워져왔던 것이다. 스쿨미투는 이러한 교육과 사회 체제에 대한 반문을 던지고,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운동이다.


  게다가 가해교사들이 30년 가량 성실하게 근무한 사실, 이미 중징계를 받은 사실 등은 감형의 적절한 이유로 보기 어렵다. 학교의 내부적인 징계와 재판부의 판결을 분리해 이해하고 이행해야 한다. 일부 학교는 재판에 대한 판결이 아직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 내의 징계 역시 미루었던 사례 역시 존재한다. 게다가 가해교사가 판결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수업시간에 배부했던 것 역시, 사실 상 학교 내에서 가해에 대한 처벌이 유의미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스쿨미투 2년, 폭력적이고 불평등한 학교 문화를 고발한 학생들은 여전히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창문의 포스트잇으로 스쿨미투를 대중에게 가장 너르게 알렸던 용화여고는 2019년 1월, 가해교사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곧 검사의 기소, 불기소 의견이 있을 예정이다. “생리주기를 적어 내면 가산점을 주겠다”는 발언을 비롯해 수많은 가해가 고발된 충북여중 역시 고발자가 승소했으나, 가해 교사의 항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고발자는 가해 교사의 학생이라는 지칭하는 이들로부터 "대단히 죄질이 나쁜 아이", "16살 밖에 안 된 학생의 영혼이 그렇게 타락할 수 있는지" 등의 2차 가해가 담긴 협박 편지를 받기도 했다. 스쿨미투 고발은 많은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 이후 제대로 된 법적인 처벌이 진행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여전히 변화는 멀어보이고, 가해 교사들은 줄지어 증인석에서 “자신은 선량한 교육자”임을 선언한다. 하지만 스쿨미투를 계기로 창립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는 언제나 용기 있는 말하기를 시작한 학생들과 함께해왔으며,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왔다. 2년이 지난 현재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위티는 학생들의 말하기에 연대하고 지지하며, 가능한 모든 지원에 힘 쏟을 것이다. 성폭력은 교육이 될 수 없다. 더 이상 폭력과 차별이 교육으로 오인받지 않는 학교와 사회의 첫 걸음이, 정신여고 가해 교사의 엄중한 처벌일 것이다.



2020년 5월 12일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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