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공동논평] 교사의 정치적 자유 박탈, 학생을 위한 것일 수 없다 - 헌법재판소의 교원 정당 가입 금지 합헌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

위티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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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정당법 및 국가공무원법에서 초·중등 교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한 조항에는 합헌 의견 6인, 위헌 의견 3인으로 합헌 판결을, 국가공무원법에서 교원이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라는 조항에는 위헌 의견 6인, 합헌 의견 3인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그 밖의 정치단체’란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권리를 침해하던 조항이 폐지된 것은 의미 있는 진보이다. 그러나 교사들로부터 정당 가입과 같은 중대한 정치적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하고 있는 법이 합헌 판결을 받은 것은, 여전히 학교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합헌 의견에서 과거 판결 요지를 인용하며 “초·중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교육기본권 보장이라는 공익”이 교사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이유라고 밝힌 부분은 한층 더 유감스럽다.


  헌법재판소의 논리에서 나타났듯, 교사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해 온 명분은 ‘학생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학생들을 정치로부터 떨어뜨려 놓아야 하기 때문에 교사도 정치적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의 정치적 주체성과 권리가 억압당하고 부정당하기에 교사의 정치적 자유 역시 금지된다. 또 한편에는 경쟁 위주의 주입식 교육 현실과 수직적 관계의 문제도 있다. 이러한 비민주적인 교육 환경에서는 교사가 자신의 정치적 주관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전달할 위험이 높고, 교사의 정치적 자유를 제약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받기도 쉽다. 교사에게 정치적 자유를 금하고 국가가 시키는 대로만 가르치라고 하고 있기에, 교사와 학생 사이의 수직적 관계도 지속될 수 있다. 즉,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직적인 교육 구조를 유지하는 것과 정치적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짝을 이루는 문제이다.


  우리는 학생도 교사도 시민으로서 정당 가입 등 정치적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교사가 자신의 의견을 학생에게 함부로 강요할 수 없는 교육을 원한다. 학생과 교사가 보다 평등한 관계 속에서 시민 대 시민으로 만나는 학교를 원한다. 그런 교육과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학교에 그리고 청소년의 삶에 민주주의가 뿌리 내리고 인권이 꽃피는 길이다. 학생들의 교육권을 더 올바르고 온전하게 보장하는 길임은 물론이다.


  최근 우리는 18세 선거권이라는 큰 변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는 학교에서나 법에서나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우리는 더욱 완전한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동시에 교사의 정치적 자유가 청소년의 정치적 자유와 함께 가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그 밖의 정치단체’에 관한 조항을 위헌 판결한 것은 환영하나, 교사의 정치적 자유의 핵심적 부분인 정당 가입 등을 제한하는 악법을 존치시킨 것은 인권 보장의 책무를 외면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아쉬운 판결을 내렸지만, 국회와 정부는 학생과 교사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0년 4월 30일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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