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논평] 임신·출산한 청소년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길 - 국가인권위 결정을 환영하고, 교육부의 권고 수용과 정책 마련을 촉구한다

위티
2019-12-22
조회수 3474


[논평] 임신·출산한 청소년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길

  - 국가인권위 결정을 환영하고, 교육부의 권고 수용과 정책 마련을 촉구한다


  2019년 12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부 장관에게 학생의 임신·출산 시 산전후 요양을 보장하고 다양한 방안으로 학습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임신·출산으로 학교를 결석하게 되어 유급될 수밖에 없었다는 중학생의 진정이 이끌어낸 결과였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하며, 교육부의 적극적 권고 수용과 종합적 정책 마련을 촉구한다.


원칙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되지 못하던 권리

 임신·출산한 청소년도 학교에서 차별받아서는 안 되고 교육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국가인권위에서 임신·출산한 청소년의 교육권 보장을 권고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임신‧출산한 청소년에게 산후조리와 양육 지원 등을 보장하라고 지적했다. 현재 4개 지역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에도 임신·출산한 학생에 대한 차별금지 등이 명시되어 있다. 교육부는 2013년 임신·출산한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학칙을 점검하여 개정하라고 지시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임신·출산한 청소년의 권리는 학교 현장에서 잘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임신·출산한 청소년들은 교사나 다른 학생들에게 백안시당하기 일쑤이고, 편견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으며, 교육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대다수의 학교들이 여전히 학생의 임신·출산, 그리고 청소년의 섹슈얼리티를 죄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역시 임신·출산한 청소년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기를 게을리해왔다. 그렇기에 국가인권위가 구체적으로 임신·출산한 청소년의 산전후 요양과 회복 등을 보장하라고 제시한 의의는 크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현재 임신·출산한 청소년이 학교 밖의 위탁교육기관에 다니고 학력 수료를 인정받도록 하는 제도가 있으나 위탁교육기관 이용은 활성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본래 학교에서 학업을 지속하는 방안 등을 선택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러한 권고는 임신·출산이나 성적 경험 등을 ‘학생답지 않다’고 간주하여 임신·출산한 청소년을 사실상 학교에서 추방해온 관행에 대한 반성을 요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청소년의 임신·출산이 도덕적 잘못이자 일탈이며 학교에서 수용돼선 안 된다는 나이주의적 고정관념이야말로 임신·출산한 청소년이 차별당하고 배제당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임신·출산한 청소년도 배제되지 않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은 학교가 포용과 인권이 살아 숨쉬는 곳이 되기 위한 길이다.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계기 삼아 교육부는 구체적이면서 종합적인, 임신·출산한 청소년의 교육권 등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학생의 교육권을 비롯한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것이 학교의 의무라는 인식이 학교 현장에 뿌리 내려야 한다.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 등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청소년의 삶과 인권 문제가 우선되어야

  안타깝게도, 일부 단체들, 예컨대 한국교회언론회는 국가인권위의 이번 권고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그들은 청소년이 임신·출산으로 인해 겪게 될 고통을 언급하며, 국가인권위가 청소년 비혼모에 대한 퇴학·전학 규정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던 것 등이 임신·출산을 “조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문제 삼고, ‘순결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이야말로 청소년을 걱정한다는 핑계를 대며 실은 임신·출산한 청소년을 차별하고 학교에서 내쫓고 싶어 하는 ‘느낌’이다. 청소년의 원치 않는 임신 등을 예방하고자 한다면, ‘순결’을 강조하고 청소년의 성을 금기시하는 것은 효과가 적다는 것이 여러 연구로 밝혀진 사실이다.

  그러한 단체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과연 실제 청소년의 삶과 권리인지, 아니면 청소년들에게 강요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일방적 가치관인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종교적 신앙이나 청소년 및 성에 대한 주관적 윤리관이 결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원칙보다 우선할 수는 없음을, 부디 깨닫기를 바란다.


2019년 12월 22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