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5.18의 정신으로 미얀마에 연대하며

위티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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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의 정신으로 미얀마에 연대하며


올해는 5.18 민중항쟁이 있은 지 41주년이 되는 해이다. 5.18 민중항쟁은 국가폭력에 대항한 시민들의 민중항쟁의 역사로, 전두환·노태우를 필두로 한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민주 정부 수립과 계엄령 해제를 요구한 운동이다. 쿠데타 과정에서 신군부는 물리력을 대동해 시민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다치고 희생되었다. 10일간 이어진 시민들의 항거는 군대의 힘을 악용하는 국가권력에 대한 정의로운 대항이었다. 1980년 5.18 민중항쟁의 기억은 시민들에게 체화되어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으로 이어졌다.

 

5.18 묘역에는 5.18 민중항쟁 당시 희생된 많은 열사들이 묻혀 있다. 그 중에는 청소년도 있다. 청소년에게 5.18 민중항쟁은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서는 것을 넘어 인간적인 학교를 꿈꾸는 청소년 해방 운동의 일환이기도 했다. 5.18 묘역에 묻힌 김철수 열사는 5.18 광주를 겪고 그 추모 행사에서 노태우 정권의 잘못된 교육을 비판하며 분신했다.

 

최근 미얀마에서 5.18 민중항쟁과 닮은 시민들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2월 1일 미얀마의 군부 세력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했고, 미얀마 시민들은 이에 불복종 운동을 전개했다. 군부는 총격을 가하는 등의 잔혹한 방식으로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 시위대뿐만 아니라 관련이 없는 민간인마저 무차별로 체포하고 고문하는 것은 1980년 5월 18일의 광주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5.18 민중항쟁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시민으로서, 우리는 미얀마 민중항쟁에 연대와 지지의 마음을 보낸다. 미얀마의 군부는 즉각 정권 장악 시도를 멈추고, 시민들에 대한 과도하고 폭력적인 탄압을 그만둬야 한다. 더 이상의 국가폭력으로 인한 사상자가 나오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는 미얀마의 민중항쟁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지난 4월 26일 ‘미얀마 사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한 국회 결의안’에 따라 미얀마 내 국내 기업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해야만 한다.

 

우리가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1980년 광주에서도, 2021년 미얀마에서도 군부 세력에 의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발생했고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미투운동이 대한민국을 뒤흔들 때, 민주유공자 김순옥 씨는 당시 군부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증언했다. 이외에도 군 장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후 임신을 했다는 증언과, 계엄군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뒤 분신한 여성의 이야기도 남아있다. 한편 미얀마에서는 여성 시민에 대한 경찰의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수치 고문을 하는가 하면 고문 과정에서 성폭행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980년 한국에서 일어난 신군부의 쿠데타와 2021년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에서 왜 공통적으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발생했을까? 한국과 미얀마는 가부장적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국가이다. 가부장적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다고 함은 곧 확고한 젠더 위계 질서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젠더 위계 질서에서 여성의 성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이러한 권력의 차이가 국가폭력의 상황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난 것이 바로 한국과 미얀마의 군부에 의한 성폭력이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폭력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쉽게 은폐되곤 한다. 1980년에 발생한 국가폭력-성폭력이 2018년이나 되어서야 비로소 국가에 의해 인정되었다는 점은 그동안 성폭력 피해 사실이 어떻게 은폐되고 말하기 어려운 사실이 되어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재 미얀마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경찰에 의해, 계엄군에 의해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그 사실은 주목받지 못한다.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의 차관 에이 띤자 마웅은 1인 시위를 통해 군경에 의한 성폭력을 무시하는 UN여성기구를 비판하기도 했다.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앞서 말했듯 여전히 세계 다른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국가폭력에 맞서는 이들에 연대하는 것, 현재로선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에 연대의 마음을 보내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1980년대에 비해 드러나지 않지만 교묘하게 우리를 억압하고 있는 국가폭력을 예민하게 인식하고 맞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광주의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에 연대의 마음을 보내며, 우리의 자리에서 청소년 페미니스트의 이름으로 국가폭력에 맞서고자 한다. 그것은 현재의 민주주의가 반쪽의 민주주의임을 인식하며 민주주의가 여성 해방/청소년 해방과 맞닿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또한 광주에서 국가폭력에 맞서 싸운 여성과 청소년이 있었음을, 현재 미얀마에서 싸우고 있는 청소년과 여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이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2021년 5월 18일

광주 민중항쟁 41주년을 맞아,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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