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성명] 스쿨 미투가 호출한 인권 있는 학교는 아직 오지 않았다

위티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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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미투가 호출한 인권 있는 학교는 아직 오지 않았다

- 3.8 여성의 날 맞이 청소년·교육운동 단체 공동 성명


  2017년 6월, 울산 우신고와 전북 부안여고 재학생·졸업생들이 각각 트위터를 통해 체벌, 성폭력 등 인권 침해 실태를 공유하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2018년 4월,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재학생들이 교사 성폭력 사례를 조사해 대대적인 언론 보도를 이끌어냈다. 이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학교 내 성폭력과 성차별적 문화와 학교 규칙을 비롯한 학생 인권 침해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2018년 11~12월, 청소년운동 단체와 학생들이 서울, 대구, 천안에서 도심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 결과 교육부는 성폭력에 관한 온라인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고발당한 교사들을 엄하게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학교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차별적 관점이 만연한 〈국가 수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또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법률 기준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학생인권법 추진 요구는 외면했다. 학교 내 성폭력·성희롱에 대한 대응 체계를 세운 것은 분명한 진전이나, 학교 내에 만연한 다양한 차별 문제를 개선하라는 요구는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가해자 엄벌로 여론을 진화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스쿨 미투를 비롯해 학생 인권 침해 고발에 나선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 ‘너 때문에 학교의 명예가 실추되었다’,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들어서 모함한 것 아니냐’는 등의 폭언과 따돌림을 왕왕 겪곤 한다. 일부 교사들이 이를 부추기거나 방조하는 일도 벌어진다. 학교 내에는 여전히 다양한 차별과 인권 침해가 존재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서는 이에 대한 구제는커녕 실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관심을 받지 못하고 묻힐까 봐, 혹은 불이익이 두려워 고발하지 못하는 다양한 인권 침해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

  우리는 여성의 날을 맞아, 학교에서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앞장선 학생들의 뜻을 다시금 기억한다.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곧 모든 다양한 학생이 차별받지 않는 학교이기도 하다. 모든 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는 학교를 만들어 나가자. 우리는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1. 교육부와 국회는 '학생인권법'을 만들라.

-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학생 인권의 법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학생 인권 침해 구제 기구를 설치하고, 학생의 참여권을 강화하도록 법을 제·개정하라.


2. 교육부는 포괄적인 학생 인권 침해 사건 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

- 학교가 성희롱·성폭력뿐만 아닌 학생 인권 침해 전반에 대해 피해자·신고자를 보호하면서 일관성 있게 대처하도록 하라.


3. 교육부는 〈국가 수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하고, 인권과 성평등의 관점에서 포괄적 성교육을 실시하라.


4. 가해자 징계가 교육당국의 책임 회피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학교·교육청·교육부는 피해 학생을 해결 과정의 주체로 대우하라.

- 가해 교사는 일관되고 상식적인 기준으로 징계하고, 그 사유와 양형을 피해 학생 및 신고 학생에게 고지하라.

- 가해 지목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등의 임시 조치나 유죄 여부 판단, 징계 양형에 대해 피해 학생의 진술과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되, 학생의 진술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양측에 대한 성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라.

-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특정되는 사건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 차별적, 반인권적 발언이나 온라인 게시물 등에 대해 별도의 합리적인 제재 기준과 가해자 교육 방안을 마련하라.


5. 학교·교육청·교육부는 인권친화적인 학교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라. 

- 인권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 배경 청소년, 빈곤 청소년 그리고 페미니스트 등 소수 신념을 가진 학생들이 겪는 차별에 대한 실태 조사와 각각에 적합한 구제 방안을 마련하라. 더 나아가 다양한 학생에게 포용적인 학교 구조를 만들기 위한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라.


2021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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