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1기 대표단 선거 후보자 등록공고

위티
2019-06-01
조회수 6705

*선거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대표단 선거 후보자의 출마의 변 및 공약을 올립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1기 대표 후보 

[청소년 명부]

최유경


- 주요 약력

전) 페미니즘 책방 [달리, 봄] 인턴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인턴

<스쿨미투, UN에 가다> 프로젝트 실천단장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서울 2차 집회 개최(2019.2.16)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1기 운영위원회 <학교를 바꾸는 페미들> 운영위원장


- 출마의 변

안녕하세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회원 여러분. 유경입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그것이 새로운 변화로 지속될 수 있도록 ‘위티’의 청소년 명부 대표 직에 출마하고자 합니다.


목소리가 크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센 저는 늘 학교 안에서 ‘기가 센, 예민한 여자애’로 통용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무척이나 싫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 내 폭력적인 문화에 대한 당연한 의문 제기가 씹선비, 진지충 등의 혐오발언을 통해 지나치게 진지하다고 여겨지는 게 싫었고, 연약하고 사근사근한 ‘사회적 여성성’에 부합하지 않는 것도 싫었고, 제 주체적인 생각과 목소리가 그저 ‘기가 세다’는 부정적 표현으로 환원되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 ‘기가 세다는’ 말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던 오랜 시간 끝, 알게 되었습니다. 기가 센 것은 여학생들에 한해 흠이었고, 남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권력을 잡을만한’ 자질에 가까웠습니다. 자기주장이 확고하고 말이 많았던 학급 내 남성 친구에게는 늘 ‘쟤가 학생회장을 하겠지’라는 확신 같은 것들이 붙어 다녔습니다. 제게 언제나 비난으로 여겨졌던 점이 남성에게는 비난이 아닌 환대와 권력으로 돌아갔습니다. 소수자인권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티를 낸다면 그 또한 남성 중 드물게 ‘깨어있다는’ 가산점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얻는 것들을 목도하며, 저는 ‘조용히 하려는 노력’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조신하고 얌전한 여자애가 되기에는,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오롯이 ‘여성’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하루는 여성주의 책을 읽고 함께 감상을 나누는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저 또한 참여자로서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가 끝나자 그 모임의 참여자였던 한 중년 남성은 제게 ‘솔직히 당신이 뭐라고 이야기하는지는 듣지 않았지만, 내게도 저렇게 열심히 책을 읽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회상할 수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던 다른 참여자들 역시 하하호호 웃으며 자기도 그랬다고 화답했습니다. 그 순간, 기분이 무척이나 나빴습니다. 열심히 하려는 현재의 제 모습이 그저 ‘젊은 날의 열정’으로, ‘당신의 과거’로 여겨지는 듯 했고, 그건 마치 제 최선의 노력이 어른들 앞 한낱 재롱처럼 느껴지는 일이었습니다. 그 시공간 속에서는 저는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존중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랬던 건 그 날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그제야 어딜 가든 애써 나이를 숨겨야 했던, 청소년임을 밝히는 게 부끄러웠던 시간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페미니즘만으로는 대변할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어린 년’으로 살아가며 필연적으로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을 만났습니다. 비청소년 여성들만을 포용했던 기존의 페미니즘 운동이 아닌,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은 여성만이, 청소년만이 아닌 두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운동을 구축해나가는 곳이었습니다. 페미니즘만으로, 청소년 인권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교차된 차별과 억압을 고민하고 그러한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청소년 페미니즘을 알게 된다는 건 제 경험과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언어’를 되찾아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제껏 ‘여성’으로만, ‘청소년’으로만 대변되어왔던 이야기들이 교차되는 순간 이제껏 부재했던, 새로운 공론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찝찝한 느낌으로만 남았던 경험들이 무엇이, 왜,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배우고 그것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공간이 주어졌습니다. 그것이 때로는 잘되지 않더라도, 나와 같은 시행착오와 고민들을 겪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롭지 않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저는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을, 유일하게 제가 청소년임이 부끄럽지 않았던 곳으로 기억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라는 단체로서의 창립을 목전에 앞두고 있습니다. 단체 창립을 결정했던 상반기 동안, <학교를 바꾸는 페미들> 운영위원들과 스승의 날 맞이 행사를 진행하고 준비위원회로서 모임을 단체로 전환하는 등 과정에 함께했습니다.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의 가능성만큼이나 어려움을 실감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스쿨미투를 주요한 의제로 놓고 활동할 때면 보호주의 바깥을 상상하지 못하는 비청소년들의 지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없는 이들과 운동하는 것은 운동의 주체 역시 경제적 기반이 전혀 획득되지 않은 채로 활동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청소년 당사자들은 대부분 학교나 학원과 집만을 오가는 데도 바빴고, 연락조차 어려웠습니다. 어디까지가 그들과 동등하게 대화하려는 노력인지, 나조차 그들을 보호하려 들지는 않는지 내 안의 관성적인 혐오에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시간과 자원, 인력 중 우리에게는 무엇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도 이 단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웠고, 실은 지금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이 어깨에 얹혀 힘이 빠질 때면, 함께라서 비로소 괜찮았던 시간들을 떠올리려 노력했습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꼬박꼬박 모임에 나와주었던 사람들, 엄마에겐 도서관에 간다고 하고 모임에 나왔다며 웃던 사람들, 각자의 고립 속에서 입을 모아 하나같이 ‘또래 페미니스트’를 만나고 싶다던 목소리들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연대’만으로 운동을 이어나갈 순 없지만, 연락조차 어려운 우리가, 한 자리에 모여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납니다. 전국 12개의 지부/분회가 함께하고 있는 위티에 더 많은 청소년 페미니스트가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처음이라 더 어렵겠지만, 처음이라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할 수 있다고 믿으며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의 전망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누군가를 대신해서 말하는 것이 아닌, 당신의 말하기가 경청되지 않았던 무력감을 기억하며 당신을 위해 말하겠습니다. 비록 우리가 실패하더라도, 다른 누구라도 위티의 행보를 떠올리며 새로운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겠습니다. 우리는 당연한 일상에 대한 고발이 이루어낸 변화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용기’가 아닌, ‘여성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말하기를 이어갔던’ 1년을 알고 있습니다. 내 일상에 직접 변화를 만들었던 경험은 우리를 절대 그 전으로 되돌릴 수 없을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말하기를 이어가겠습니다. 함께이기에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 공약

1. 스쿨미투 운동의 전망을 고민하겠습니다.

‘스쿨미투’는 단체의 전신부터 주요하게 운동해 온 의제입니다. 하지만 고발자들은 소모되고, 시민들의 관심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스쿨미투 운동의 전망을 고민하겠습니다. 특히 반복된 ‘진술’을 요구받아야 했던 고발자들의 치유와 연결을 도모하겠습니다.

2. 청소년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다양한 배움을 제공하겠습니다.

청소년 페미니즘에 대한 회원들의 이해와 성장을 위해, 청소년 인권x페미니즘이 교차하며 만날 수 있는 여러 의제들에 대한 폭 넓은 배움을 제공하겠습니다.

3. 단체 내의 성차별과 나이주의를 경계하며 해소하겠습니다.

청소년 페미니즘의 교차성을 고민하며, 마주하는 회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하겠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는 관성적인 차별과 위계를 해소하겠습니다.



[일반 명부]

양지혜


- 주요 약력

2015 대학거부선언 선언자

2016.08.~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운영위원

2017.03.~08. 프로젝트 <이제는 성평등을 배우고 싶다> 기획자

2018.11.03.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기획자

2019.1.~2. 프로젝트 <스쿨미투, UN에 가다> 기획자



- 출마의 변

안녕하세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대표로 출마하게 된 양지혜입니다.


D+979, 말하기 시작한 우리가 만든 변화

2016년 8월 14일,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후 모인 청소년 동료들과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같은 ‘여성’으로도, 같은 ‘청소년’으로도 묶일 수 없는, 여성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에서 ‘애들은 몰라도 돼’라며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박탈하는 세상에 맞서, 여성 청소년에 대한 성적 환상을 주입하고 차별과 혐오를 가르치는 세상에 맞서, 나 자신으로 살아갈 것을 결심한 청소년들과 함께했습니다. 억압의 공간에서 고립된 채로 살아가고 싶지 않았던 이들이 스스로를 청소년 페미니스트로 선언하고, 세상을 바꿀 용기를 냈습니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을 운영했던 3년은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서로의 동료가 되던 시간이었습니다. 주변에 페미니즘을 말할 곳이 없던 청소년들이 2시간 가까이 시간을 들여 서울에 열리는 모임에 함께했습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가 말할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임이 의미가 되었습니다. 어떠한 발화는 한참을 울먹인 후에야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꿋꿋이 여성이자 청소년으로 겪어온 폭력을 거부하기 위한 말하기를 이어갔습니다. 어떠한 발화는 끝맺어지지 못했습니다. 모임의 구성원들은 때때로 부모님의 폭력 때문에, 입시를 해야 해서, 모임에 참여할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더 이상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잘려나간 말의 끄트머리를 보며, 어떻게 하면 이들이 하고자 했던 말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고민을 놓지 않았기에,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2017년, 우리는 [이제는 성평등을 배우고 싶다] 문화제를 통해, 학내 성폭력을 고발하고, 학생인권과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딸들의 페미니즘]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여성에게 강요되는 모성애 이데올로기와 청소년이 가정에서 겪는 보호라는 명목의 폭력이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여성 청소년을 무성적 존재로 여기는 사회에 맞서, 우리가 경험해온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했습니다. 여성 청소년의 사회적 권리에 대해 고민하며 <탈학교 세미나>를 진행했고, 여성 청소년에게 친화적인 미디어를 고민하며 <나의 노래는 나의 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18년 2월에는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의 구성원들이 공동집필한 책 <걸페미니즘>이 출간되었습니다. 우리의 말하기가 이 사회에 들려질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감동하는 시간이었습니다.


2018년 11월에는 최초의 전국스쿨미투집회인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를 개최했습니다. 학내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담장을 넘어, 거리로 쏟아지던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30여 명의 청소년들이 기획부터 실무까지 도맡아가며, 이 말하기를 지원하고 함께했습니다, 그렇게 청소년들이 만든 집회는 많은 매체에 보도되었고, 서울시교육감은 해당 집회를 인용하며 스쿨미투에 대한 행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후에도 전국 각지에서 스쿨미투 집회가 개최되었고, 청소년들은 이러한 목소리들을 기록하여 UN아동권리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청소년이 직접 UN에서 스쿨미투에 대해 증언했고, 스쿨미투가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쟁점질의목록 중 하나로 선정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스쿨미투 1년, 비로소 고발자들의 질문과 요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말하기가 계속되도록

3년간의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의 운동을 이어,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대표로 출마하고자 합니다. 2018년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해시태그된 사회분야 이슈는 ‘스쿨미투’라고 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실천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학내 페미니즘/성소수자/인권 동아리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페미니즘 집회 등의 활동에 참가하는 청소년의 비율도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요구하는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청소년 중심의 사회에서 청소년은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주체가 아닌, 피해를 경험하는 대상으로만 남게 됩니다. 스쿨미투 이후, 우리 사회가 선택한 것은 교사/학생간의 수직적 위계와 학내의 부조리한 젠더권력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아닌 개별 가해교사에 대한 징계 강화였습니다. 탈코르셋 담론에서 여성 청소년의 ‘여성’다워야 하는 동시에 ‘학생’다워야 한다는 이중적인 코르셋의 경험은 제대로 말해지지 못합니다. 청소년 인권 관점이 포함된 페미니즘 운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와 가정에서의 억압, 경제적 자원의 부족함 등으로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합니다. 사회를 들끓었던 스쿨미투 운동 역시, 가해교사가 교단에 복귀하고, 고발자들은 제대로 된 법률/상담지원을 받지 못한 채 고립되는 상황입니다. ‘청소년은 정치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사회에서 청소년 당사자는 직접 사회운동을 고민하고, 기획하고, 형성할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이제는 비청소년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운동에서 벗어나, 청소년이 직접 사회운동을 기획하고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변화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을 중심으로 한 사회운동 체계가 필요합니다.


지난 3월부터 3개월 간, 세상의 변화를 꿈꾸고 실천하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을 만났습니다. 많은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말하기가 계속되도록,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대표단으로 기여하고,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공약

1. [스쿨미투, UN에 가다 2] 프로젝트 등 스쿨미투 운동의 이후를 도모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겠습니다. 

2. 집행국과 회원조직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사업을 진행하겠습니다. 

3. 청소년과 여성이 배제되지 않을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겠습니다. 

4. 재정건전성 강화, 회원모임 확대 등을 통해 우리 단체의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전망을 구축하겠습니다.




2019년 6월 1일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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