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존재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희망한다 - 동교동문화공간JU의 '페미니스트 단체 금지' 내부 지침을 규탄하며

위티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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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희망한다

동교동문화공간JU의 ‘페미니스트 단체 금지’ 내부 지침을 규탄하며

 

위티는 단체의 세미나를 진행하기 위한 공간을 찾던 중, 동교동문화공간 JU(이하 ‘JU’)에 대관을 신청했다. 그러나 대관 담당자는 ‘페미니스트’가 들어간 단체는 내부 지침 상 대관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하며, 공적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위티의 대관을 불허했다. JU는 종교를 넘어 ‘이 시대 청년들의 현실, 위기, 행복 등을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품고 지지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공간이며, 실제로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행사 주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JU가 지지하려는 청년에 페미니스트와 소수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음에 유감을 표한다. 나아가 페미니스트를 배제하는 내부 지침을 규탄하며, 내부 지침의 개정을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공간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사상 검증과 추방을 경험했다. 학교에서는 “너 페미/메갈이냐?”는 질문이 낙인처럼 이어졌고, 학내 페미니즘 동아리와 그 구성원들은 온오프라인 상의 괴롭힘을 감내해야 했다. 지난 5월에는 ‘페미니스트 교사가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 학생이 따돌림을 당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했다. 실제로는 학생이 주변의 시선을 우려하여 생활기록부에 페미니즘 도서를 기재하는 것을 망설이는 등 전혀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허다한데도,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혐오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JU의 대관 불허는 이렇듯 페미니즘이라는 사상 자체를 문제시하는 사회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동아제약에서 면접 과정에서 “여자라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 등의 질문을 여성 면접자에게만 사상을 검증하는 질문을 하는 등의 채용 성차별이 폭로되었다. 페미니스트 단체를 배제하는 내부 지침은 사상을 검증하고 탄압한다는 점에서 동아제약의 채용 성차별과 다르지 않은 처사다.

 

지난 한 달 간, 국방부, 경찰청, GS25 등 공기관과 대기업에서 ‘집게 손’ 모양을 홍보 이미지에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남혐 논란’에 휩싸였다. 손가락 모양만을 근거로 삼은 억지 주장에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빠르게 사과와 담당자 징계 조치를 진행한 상황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몰이해와 억압을 잘 보여준다. JU의 내부 지침도 최근 이러한 현상과 맞물려 ‘남성혐오’로 오해받지 않으려는 대처일 수 있다. 그러나 남성혐오라는 존재하지 않는 현상을 맹신하고, 페미니즘 자체를 ‘남성혐오’와 등치시키는 JU의 내부 지침은 단순한 무지가 아닌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자 억압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이 고립과 낙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든든한 연대이자 자긍심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존재를 지켜내겠다. <백래시>의 저자 수잔 팔루디는 "반페미니즘적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고 말한다. 우리는 JU의 대관 불허 사태를 비롯한 페미니즘에 대한 탄압에 굴하지 않고, 완전한 평등을 위해 말하고 설치고 싸울 것이다.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동교동문화공간JU의 ‘페미니스트 단체 금지’ 내부 지침을 규탄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동교동문화공간 JU는 성차별적 내부 지침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차별과 배제 없는 내부지침을 만들어라.

둘째, 교육부는 학내 페미니스트들이 차별과 불이익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학생인권법 추진하라.

셋째, 국가는 차별을 경험하는 이들이 혼자 싸우지 않을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021년 6월 14일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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