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퀴어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 -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함께하며

위티
20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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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

서울퀴어문화축제 20주년에 퀴어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함께합니다.

퀴어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부모님의 반대나 학교의 감시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2015년 교육부가 “동성애에 대한 지도는 허락되지 않는다”며, “(기존 교육안에서) 성소수자 내용을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여전히 교육과정에는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양성평등’이라는 말이 쓰이고, 퀴어 청소년의 삶은 무수히 부정됩니다.

퀴어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합니다. 퀴어 청소년은 커밍아웃 이후, “네가 아직 어려서 뭘 몰라서 그래”, “경험이 없어서 헷갈리는 거 아냐?”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퀴어 청소년의 정체성은 아직 어려서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의 ‘혼동’ 혹은 ‘사춘기의 일탈’로 치부됩니다. 퀴어 문화 내에서도 청소년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배제됩니다. 성이 19금이라는 믿음이 견고한 사회에서, 청소년은 탑엘 등 퀴어 커뮤니티에서도 연령 제한을 경험합니다. 몇 년간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공식 행사로 진행되어온 애프터파티 역시, 참가자의 연령을 제한해왔습니다.

2019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는 26명의 개인과 4개의 집단으로 구성된 혐오세력이 ‘아동 및 청소년으로서 유해환경으로부터 피보호권, 인격형성권, 건강권 및 친권자로서의 보호, 교양권’을 요지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집회금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들이 제출한 요지는 단순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만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퀴어문화축제라는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생각은 그 자체로, 청소년이 마주하는 억압을 잘 보여줍니다. 이 사회는 청소년을 아직 인격이 형성되지 않은 미성숙한 존재로 치부하며, 그렇기 때문에 비청소년의 기준으로 유해함을 구분하여 청소년을 사회적 공간에서 분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퀴어 청소년의 인권은 있는 그대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비청소년이 인정해야 하는 것으로 둔갑하고 맙니다.

유해한 것은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아니라, 비청소년의 관점에서 옳은 것을 주입하려는 청소년 보호주의입니다. 청소년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며, 보호라는 명목의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에서 퀴어 청소년은 손쉽게 성적 권리를 빼앗깁니다. 퀴어 청소년은 학교와 가정에 종속된 채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야만 합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성별정정을 위해 친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퀴어 청소년이 비청소년에 의해 인정받아야 하는 존재를 넘어, 스스로도 온전하게 성적 권리를 실현하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서울광장에 모이는 우리는 복합적 억압을 경험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는 퀴어 청소년 페미니스트입니다. 우리는 청소년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퀴어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와 닿아 있다고 믿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이 만들고 있는 변화가 성소수자의 해방과 닿아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동질적인 장벽을 기억하며, 우리는 이 자리에서 연대의 무지개를 펼칩니다.


2019년 6월 1일

제20회 퀴어문화축제에 함께하며,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준)



제20회 퀴어문화축제에 위티와 함께하는 법!


 1. 스펙트럼에서 운영하는 9번 부스를 찾아주세요 

9번 부스는 학내 퀴어 청소년 동아리 [ 민사 Voice of Queer(VOQ), 북일 PRISM, 합스 SPECTRUM ] 가 운영합니다. 

위티의 분회인 스펙트럼에서도 부스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 드려요! 

부스엔 어떤 것들이 있나요?


 2. 위티의 깃발과 함께해주세요 

제20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위티의 깃발을 찾아주세요.

퀴어 청소년 페미니스트들과 함께해주세요.

문의: 010-5775-5529 양지혜 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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