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이번에도 골든타임을 놓칠 것인가 : 북일고•북일여고의 스쿨 미투에 연대하며

위티
2021-04-20
조회수 1319

북일고-북일여고의 스쿨미투 고발자들과 연대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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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골든타임을 놓칠 것인가

: 북일고•북일여고의 스쿨 미투에 연대하며

 

 

  지난 2021년 3월 31일, 트위터의 한 계정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내 성희롱을 고발하는 트윗이 올라왔다. 학교 DC 마이너 갤러리 글과 메신저 대화를 통해 가해진 성희롱을 캡쳐한 이미지들이 있었다. 4월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천안 **고등학교 성희롱 사건을 엄중처벌 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연이어 올라왔다. 모두 천안 북일고의 학내 성희롱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북일고의 스쿨 미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4월 4일, 북일고의 재학생들이 북일고 국제과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남학생 강간문화/단톡방 고발 연설을 했다. 모든 학생과 교사가 사건을 알게 되었지만 학교 측의 대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발 이후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으나, 고발자는 당일에 이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위원회 소속 교사는 전부 남성이었고, 변호사도, 경찰도 여성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지금 가해자의 기분이 어떨 것 같나’와 같은 2차 가해 발언도 빈번했다. 학교 측은 가해 학생 1인만을 처벌하는 것으로 사건을 축소해 마무리했다.

   이후 고발자는 스쿨 미투 집회 참여, ‘#스쿨미투에 주목하는 국제 사회, 대통령만 안 하는 #위드유’ 기자회견, 2019년 9월에는 위티와 함께 UN 아동권리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직접 행동하며 변화를 요구해왔다. 그리고 2021년이 되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교육 당국은, 학교는 무얼 하고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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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일고는 현재 북일고(북일남고)와 북일여고가 한 부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북일고(북일남고)는 특목고•남학교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혹시 이러한 특성이 성폭력을 더욱 쉽게 용인하는 문화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북일여고는 ‘가정에서 훌륭한 어머니’,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여성’ 등을 교훈으로 삼고 있는 등 가정에 귀속된 헌신적인 여성상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일고는 경례를 일상화하는 등 군대식 문화를 강조하며, 남고로써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이렇듯 성고정관념에 기반한 각 학교의 운영방침은 성차별을 정당화하고 성폭력을 쉽게 용인하는 근간이 된다.

  북일고가 특목고라는 점은 스쿨미투 고발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데에 주요한 원인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트위터 고발 계정에는 북일고가 특목고라는 이유에 기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가해자들의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가해자들은 어차피 “자사고 학생이니까 다 덮어”준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고, 교사 또한 학생의 가해 사실을 알면서도 사건을 내부에서 덮으려 하고 있었다. 현재 북일고는 “자사고이기 때문에 이 사실이 드러나면 큰 타격을 입는다는 이유로 이 일을 여고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덮기에 급급”하다고 고발자는 밝혔다.

   위티는 사립학교에서 거듭되는 학내 성폭력의 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학교에서 반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운영 구조, 사안처리 과정에 대해 사회적으로 감시 및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 입시 시스템 속에서 학교의 명예와 입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시되는 문화 등으로 사안처리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지적하며,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법 개정 혹은 정책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교육 당국과 대한민국 정부의 제대로 된 응답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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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과 2021년 사이엔 무엇이 있었는가. 성폭력•성희롱과 강간 문화라는 폭력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 교육 당국, 학교는 움직이지 않았다. 북일고는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기 급급했고, 충청권 교육청은 2020년 스쿨미투 탄원서를 거절했다. 정부는 이 모든 사실을 미온적 대응으로 방조하고 있었다.

  이번 북일고 사건에 충남 교육청은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통감한 바, 6일에 충남교육청 장학사가 두 학교 모두를 방문하여 의견을 수렴했다”고(원문) 밝혔다. 그러나 2021년인 지금도 북일고는 학내 고발이 허위사실 유포라 주장하고, 스쿨미투 고발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지속해서 가하고 있다. 의견 수렴이 아닌 구체적으로 근본적인 학내 성폭력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학교 측의 태도를 강경히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성폭력•성희롱을 수용하던 공동체 문화를 반성하고, 강간문화 없는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하라

2018년과 2021년, 그리고 지속적으로 가해졌던 학내 성희롱은, 강간문화로 점철된 공동체 문화에 대한 성찰 없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학교는 그동안 학교 공동체가 어떤 문화를 만들어왔는지 조사하고 반성하는 것으로 공동체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공동체 문화의 변화 없는 사건 해결은 불가능하다.

 

2. 학내 성인지 교육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조사하고,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성인지 교육을 실시하라

학교는 모두를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성인지 교육을 통해, 성평등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사건 발생 이전에 성인지 교육이 이루어졌었다면 교육의 질이 어떠했는지 조사하고, 가해자들의 왜곡된 성인지 감수성을 본인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성인지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점검하라.

 

3. 불법촬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

학교라고 해서 불법촬영 범죄에 안전한 공간인 건 아니다. 우리는 2020년 김해와 창녕에서 교사가 학교 여자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던 사건, 하나고 기숙사 불법침입 사건, 대구 기숙사 불법촬영 사건 등을 이미 목도했다. 이번 2018년과 2021년 북일고 성희롱 사건 역시 모두 휴대폰을 이용하여 일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북일고 남학생의 여자 화장실 무단침입 사건에도 불법촬영 성범죄의 소지가 존재한다. 학교는 불법촬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실시•강화하고,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을 실시하라.

 

4. 학내 성희롱이 집단적인 성폭력임을 이해하고,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라.

고발된 남학생 단톡방에서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가해 행위와 사건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북일고에서 성폭력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까닭은 남학생끼리의 집단적인 성폭력 문화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기 때문이다. 2018년 성폭력 고발 이후, 북일고등학교에서 가해 학생 1인만을 보여주기 식으로 처벌한 것은 학내 성희롱이 특정 개인이 아닌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가해 행위라는 점을 간과한 결정이다. 특히 북일고는 사립학교, 특목고등학교, 기숙사 학교라는 특징 때문에 더욱 견고한 집단의식이 형성될 수 있었다. 보여주기식 처벌이 아닌 제대로 된 처벌을 통해, 강간문화 전반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5. 학교는 2018년과 2021년의 북일고 스쿨 미투와 제대로 행하지 않은 사후 과정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하라

학교는 2018년에 성폭력•성희롱 사건을 축소•은폐하였으며, 현재도 스쿨미투 고발자를 협박하며 사건을 은폐 및 왜곡하려 한다. 모든 걸 부인하는 학교 측의 진정한 반성과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가 없다면 학교 문화는 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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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존엄성 가치를 추구”(북일고 학교장 인사말)한다던 학교에 묻는다. 여학생의 생명 존엄성 가치는 어디 있는가? 여학생도 학생이다. 안전하게 생활하고 움직일 수 있는,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존엄한 인간이다. 학교는 이 사실을 망각한 듯하지만, 우리는 당연한 것이 당연해질 때까지 멈추지 않고 행동할 것이다. 학교의 가치가 유효하다면, 학교는 지금이라도 응답하라. 존엄의 가치가 유효하다면, 대한민국 정부와 교육 당국은 지금이라도 응답하라. 위티는 이번에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북일여고의 스쿨미투 고발자들과 연대하고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2021년 4월 20일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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