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위티 연말 인사 <연대의 힘으로 새로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연대의 힘으로 새로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2020년을 지나온 여러분, 모두들 안녕하신가요? 위티 비상대책위원회입니다. 위티는 1기 대표단 마무리 인사를 드린 지 반년이 지나, 2기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2020년은 어떠셨나요? 예상이 빗나가고, 일상이 흔들리고, 상식이 무너지는 시간은 아니었나요? 우리는 코로나19와 ‘n번방’ 사건의 공론화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수십 만 명이 ‘n번방’에 가담했음을 알게 되었고, 바이러스만큼이나 만연하게 퍼진 성착취를 목도했습니다. 연달아 발생한 고위공직자 성폭력 사건과 계속되는 2차 가해는 여전히 가해자의 편에 서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성착취 사이트 ‘웰컴투 비디오’의 운영자인 손정우는 고작 1년6개월의 징역 이후 석방되었고,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수많은 여성들의 노력으로 낙태죄는 폐지됐지만, 재생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부재합니다.
청소년을 둘러싼 일상 역시, 변하지 않았습니다. 계속되는 스쿨미투 재판에서 사법부는 번번이 가해교사의 입장을 옹호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n번방’ 사건의 가해자 수백 명이 학교로 돌아왔음에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학교 차원의 대책은 부재합니다. 여학생 기숙사 침입, 불법촬영 등의 학내 성폭력 사건이 고발되었지만,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았습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이후의 운영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고, 학교는 입시를 명목으로 학생들의 안전과 인권을 침해했습니다. 세대주를 기준으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은 정상가족 바깥에서 살아가는 여성, 청소년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위티는 위와 같은 여성 청소년이 경험하는 복합적인 차별에 문제제기하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2020년을 시작하며, 위티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새로운 자리를 만들고 지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위티는 한 해간, 여성 청소년이 무력한 피해자로의 자리를 넘어, 변화를 만드는 활동가이자 교육자, 기획자로 거듭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n번방’ 사건 이후, 여성 청소년의 성적 실천이 ‘일탈계’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에 문제제기했습니다. 성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청소년이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페미니즘 교육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정부의 낙태죄 개정입법예고안에 반대하며, 청소년의 성적 권리가 국가와 보호자에 종속되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찾아가는 설명회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동료들과 소통했고, 회원참여 지원사업으로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후원했습니다.
새로운 자리에서 우리는 무수한 질문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청소년이 당사자로만 소비되는 것을 넘어, 활동가로의 역량을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을 질문합니다. 코로나19 이후 학생자치의 공간이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의 지속성을 고민합니다. 프로젝트 중심의 밀도 높은 활동이 아닌, 더 많은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장벽이 낮은 활동을 상상합니다.
그리하여 2021년, ‘위티’의 2기가 출범합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들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고위공직자 성폭력 이후 2021년의 보궐선거는 청소년의 참정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페미니즘적 전환을 약속하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n번방’ 사건 이후, 청소년의 권리에서 시작하는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로 학생자치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지속 가능한 말하기를 위한 시공간을 만드는 일 역히 위티의 역할일 것입니다. 낙태죄 폐지에 그치지 않고, 여성, 청소년 등 소수자의 재생산 권리에 대한 논의도 적극적으로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의 말하기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막연한 바람에서 시작한 위티가 어느덧 창립 3년차의 단체가 되어갑니다. 함께라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음을 실감합니다. 함께하는 시민 분들의 지지와 후원이 있었기에, 단체의 기틀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주도의 페미니즘 조직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질문을 마주하는 것을 겁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위티의 존재가 회원 여러분들에게도 청소년 페미니스트로써 위로가 되는 일이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가 기어이 지켜낸 자리와 목소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한 해간 위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년에도 계속될 위티의 두 번째 시도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2020년 12월 31일
비상대책위원장 양지혜, 최유경 드림.
추신1) 위티의 2021년 활동을 보고 싶다면? (뉴스레터 링크)
추신2) 한 해간 변화를 만든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에게 후원해주세요! (후원계좌: 기업 427-124023-04-013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추신3) 2020년부터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인상됨에 따라, 최저 회비 역시 8720원으로 자동 인상될 예정입니다. 또한 2021년부터 연나이 20세가 되신 회원 분들은 회비 납부의 의무가 부여됩니다. 회원 분들의 청소년기를 위티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막 스무 살이 된 회원 분들의 경제적 여건이 좋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위티의 활동이 청소년이었을 때의 회원 분들에게 힘이 되셨다면, 위티가 또 다른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삶에 연대할 수 있도록 소액이라도 후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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