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가해교사에게 감정이입하는 사법부를 규탄한다 - 연속된 스쿨미투 가해교사 판결에 부쳐

위티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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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교사에게 감정이입하는 사법부를 규탄한다 - 연속된 스쿨미투 가해교사 판결에 부쳐


  2018년 9월 11일, 광남구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들의 성폭력 사실을 학교 곳곳에 메모지를 붙이고 SNS에 업로드하며 해당 중학교의 #스쿨미투 고발이 시작되었다. “여자는 아프로디테처럼 쭉쭉빵빵 해야 한다”, “섹시하다는 말은 칭찬 아니냐”는 교사의 자극적인 발언들로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해당 스쿨미투는 많은 시민들의 분노를 사며 화제가 되었다. 해당 발언을 한 도덕 교사 최씨는 파면되었지만, 그 이후 학교 문화 변화를 위해 교내에 학생들의 의견 수렴함을 설치하고 교사들의 성희롱을 개선하겠다는 학교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학생과 교사의 위계질서가 성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고발 학생의 지적에도, 스쿨미투를 개인적이고 독단적인 한 교사의 가해로만 인식한 결과이다. 

  다시 2020년 10월 8일, 스쿨미투 고발로부터 약 2년이 지난 후 가해교사 최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학생의 신체 부위를 만지고, 수업 중 성적인 발언을 일삼은 데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형량이다. 해당 판결은 최씨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죄 판결을,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에는 유죄 판결을 내린 결과다. 하지만 성적인 발언에 대한 판결 역시 발언 그 자체를 폭력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성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학생들의 정상적인 인격발달에 해가 된다”는 청소년에 대한 보호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할 뿐이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미온적이고 미약할 뿐만 아니라, 스쿨미투 고발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피고인이 아무런 형사 처벌 전력이 없고, 일부는 수업시간에 관련 주제를 설명하다 이뤄진 것으로 참작할 점이 있다. 피고인은 교사로서 30년 가량을 성실히 근무했고, 이 사건으로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점을 감안했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러한 재판부의 시각은 학교 내의 위계나 권력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성폭력을 교육적 지도로 용인할 뿐이다. 

  더불어 재판부의 양형 이유는 파면이라는 교내에서의 중징계는 최 씨가 받아야 하는 응당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첫째, 가해교사의 의도가 성폭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의도와 상관없이, 가해교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이 원치 않는 성적 언동을 했다면 이는 폭력이다. 애초에 가해교사가 ‘교육의 일환’으로서 학생이 불쾌감을 느낄만한 발언을 할 수 있는 것 역시, 교사와 학생 간의 발언권의 차이, 위계 등이 분명한 교실의 권력구조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둘째. 스쿨미투의 가해 교사들이 입을 모아 주장하는 ‘자신의 성실하고 오랜 교직 근무’는 교사들의 가해가 그만큼 오래 이어져왔다는 것만을 반증할 뿐이다. 이러한 호소는 ‘가해자가 원래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는 불필요한 가해자의 서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고발 사실을 은폐하고자 하는 증언이다. 셋째. 교내에서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각종 성적인 폭력을 저지른 교사가 해당 학교에서 파면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다. 이를 ‘중징계’라고 칭하는 재판부는 학교의 조치와 별개로 가해 교사의 성폭력 혐의에 대한 온전한 사회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러한 판결은 해당 중학교의 일만은 아니다. 스쿨미투 운동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이기도 했던 충북여중은 2명의 가해교사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가해교사 한 명에 대해 1심보다 감형함으로써 가해교사의 죄질에 비해 약한 형량을 선고했다. 게다가 그 중 한 교사는 다시 교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종류의 처벌을 받기도 했다. 스쿨미투가 이어지던 2018년 10월, 교사들의 성추행과 언어폭력을 고발한 충주의 A여고 역시 재판부가 피해 학생들의 진술이 일관된다고 인정했음에도 불구속기소된 두 교사에게 고작 300만원의 벌금과 취업제한 1년을 선고했다. 하나같이 고발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는 턱없이 미약한 응답이다.

   스쿨미투 고발 자체는 화제가 되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재판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발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사회에서 청소년의 사법적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여전히 청소년이 경찰이 진술 시에 부모 동석을 요구하는 경우나, 재판 과정이나 결과를 고발자 당사자가 아닌 그 부모에게 통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상황 속 고발자들은 재판의 흐름이나 결과를 인지하거나,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청소년의 권리가 부재한 현실에서 스쿨미투 고발은 제대로 해결될 수 없다. 우리는 가해자의 편에 서서, 가해자의 입장만을 고려하고 이해하는 법원을 규탄한다. 2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는 스쿨미투에 여전히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 사회를 규탄한다. 길고 긴 싸움은 끝나지 않았으며, 스쿨미투 관련 재판들은 이어지고 있다. 위티는 언제나 고발자들의 편에 서서, 스쿨미투 고발의 해결과 피해자들의 일상을 위해 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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