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화여고 가해교사 엄벌 촉구 기자회견, 가해교사 재판 참석

위티
20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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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화요일, 서울북부지방법원 정문앞에서 개최된 ‘용화여고 스쿨미투 가해자 엄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용화여고 스쿨미투의 가해 및 연루 교사 들은 정직, 견책, 파면, 해임 등의 징계를 받았고, 파면 된 교사가 유일하게 수사대상으로 올랐으나 불기소 처분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용화여고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졸업생들과 시민들은 기소를 위해 적극 대응 했고, 2년 2개월 만에 재수사를 거쳐 가해교사가 기소되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양지혜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을 진행했습니다. 양지혜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그러나 동시에 스쿨미투는 ‘작은 미투’였습니다. 스쿨미투 고발자들은 유명인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인사도 아니었습니다. 용화여고의 창문에 붙은 ‘ME TOO, WITH YOU, WE CAN DO ANYTHING’이라는 포스트잇은 어느 누구의 목소리가 아니라, 모두의 목소리였습니다.” 라고 이야기 하며 용화여고의 스쿨미투를 지지하였습니다.  


기자회견 이후 11시 10분 법정동 301호에서 용화여고 가해교사에 대한 1심 재판이 열려 함께 방청했습니다. 재판에서 가해교사는 자신의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변호사는 30년 넘는 교직생활 중 그 정도의 접촉은 있었을 수 있었을 수 있겠지만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 만을 남겼습니다.


다음 재판은 7월 21일 3시 30분입니다. 

위티가 스쿨미투를 계기로 창립된 만큼 용화여고 가해교사가 엄중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지지하고, 연대하겠습니다.


발언문 전문은 아래를 참고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양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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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이 싸움의 끝은 우리가 바라는 세상과 닮아 있을 것입니다” 미투운동을 시작하며 우리가 함께 나눈 말들을 기억합니다. 스쿨미투는 2018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리트윗된 사회분야 해시태그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만 건의, 학내 성폭력에 대한 고발과 이를 지지하는 해시태그 총공이 이어졌습니다.

2018년 11월 3일, 최초의 전국 규모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가 개최되었습니다. 변화를 요구하며 수백 명의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왔고, 이들의 모습은 KBS, MBC 등 주요 언론사의 메인 뉴스로 보도되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거리로 나오는 청소년들이 늘어났습니다. 대구, 부산, 충청, 인천 등 전국에서 각 지역의 학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 집회가 열렸습니다.

학내 성폭력 고발은 학교 담장을 넘어, 세계로 뻗어갔습니다. 스쿨미투 집회를 준비했던 고발자와 활동가들은 UN아동권리위원회에 스쿨미투 운동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작년 10월, 국제사회는 성차별적인 성교육 표준안 폐지부터 성별관점을 반영한 학교폭력 대응지침 개정 등 스쿨미투 고발자들의 요구안을 고스란히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이렇듯 스쿨미투 고발은 세계적인 지지를 받는 운동으로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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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시에, 스쿨미투는 ‘작은 미투’였습니다. 스쿨미투 고발자들은 유명인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인사도 아니었습니다. 용화여고의 창문에 붙은 ‘ME TOO, WITH YOU, WE CAN DO ANYTHING’이라는 포스트잇은 어느 누구의 목소리가 아니라, 모두의 목소리였습니다. 교사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퇴학을 당할 수도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학내 성폭력을 고발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말하기 시작한, 그렇게 ‘모두의 목소리’를 만들어낸 여학생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론화를 막으려 했고, 전수조사 과정에서 고발자의 신변이 유출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스쿨미투 고발로 지목된 가해교사는 대부분 제대로 된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지연, 학연 등 사회적 자원을 총동원해 고발자를 음해하고 고립시켰던 가해교사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고발자들이 고발 이후의 사안처리결과에 대해 제대로 공유받지 못했고, 진실을 밝힐 권리, 정의를 실현할 권리, 그동안의 피해에 대한 보상과 배상을 받을 권리,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 피해자로써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자극적인 피해사실을 중심으로 한 언론 보도는 스쿨미투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닌 ‘고발자 개인의 경험’으로 고립시켰습니다. 아무도 함께 말해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고발자들은 거듭 자신의 피해사실을 진술하고 입증해야 했습니다. 학내 성폭력 문화를 함께 경험했던 공동체의 구성원 대부분은 말하기의 책임을 나눠지지 않았습니다.


그 모든 과정에서, 스쿨미투 고발자들의 말하기란 용기와 치유의 경험인 동시에, 소진과 상처의 경험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긴 시간을 딛고, 용화여고 스쿨미투 가해교사를 처벌하기 위한 첫 번째 재판이 열립니다. 고발자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고, 스쿨미투를 ‘학생의 인지부조화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등 기존의 스쿨미투 재판에서 그래왔듯, 용화여고의 스쿨미투 재판 역시 만만치 않은 장벽을 마주하고 있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스쿨미투를 계기로 창립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인 위티는 여성 청소년들이 직접 학교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발자들이 말하기를 후회하지 않을 수 있기를, 이 싸움의 끝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과 닿아 있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저 바라는 것을 넘어, 우리는 기어이 그 세상을 함께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2년 2개월만에 시작된 용화여고 성폭력 가해자 재판이 미투 이후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의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위티 역시 매순간 지켜보며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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