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입장] '없던 일'이 될 수 없다 - 충렬여중 교장 폭력 사건과 경미한 처분을 규탄하며

위티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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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일’이 될 수 없다

- 충렬여자중학교 교장 폭력 사건과 경미한 처분을 규탄하며


  2019년 10월 30일, 경남 통영의 충렬여자중학교에서 교장이 여학생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정강이를 걷어찬 사건이 발생했다. 교장은 이후, 피해 학생을 교장실로 데려가서 간식을 주며, “없던 일로 하자”고 회유를 시도했다. 사과를 하라는 재학생들의 요구에, 교장은 그 날 자신의 점심식사 메뉴를 이야기하는 등 사담과 변명을 늘어놓았고, 결국 제대로 된 반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용기 있게 사안을 알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방학기간을 포함한 2개월 간의 미미한 정직 처분이었다. 통영교육지원청은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이사회에서 ‘정직 2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것을 방관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가해자는 돌아오고, 피해자는 침묵해야 하는 처참한 현실과 마주했다.


  우리는 충렬여자중학교 이사회를 규탄한다. 사립학교의 폐쇄적인 운영 방식 속에서 이사회와 교장은 그들만의 공고한 카르텔을 만들었다. 충렬여자중학교 이사회는 사건의 심각성을 무시한 채, 교장의 가해 행위를 용인하는 행보를 보였다. 교장은 이사회로부터 피해 학생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도,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이수도 요구받지 않았다.

  또한, 우리는 통영교육지원청을 규탄한다. 통영교육지원청이 말하는 ‘적절한 조처’는 학생의 인권과 존엄을 무시하고, 가해교사의 안위만을 챙기는 일인가? 교육지원청은 지역 내에서 인권친화적이고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힘쓸 의무가 있다. 그러나 통영교육지원청은 일찍이 사안을 파악했음에도 적절한 대처와 사후 모니터링을 하지 않음으로써, ‘솜방망이 처벌’을 사실상 방임했다. 

  세번째, 우리는 경상남도교육청을 규탄한다. 경상남도교육청은 지속적으로 학생들이 경험하는 성-위계폭력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지난 몇 해간 경상남도에서는 청소년들의 스쿨미투 고발과 학생인권조례 제정 요구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교육청은 학생들의 목소리에 침묵하고, 학생의 인권과 존엄을 방치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라. 경남학생인권조례가 있었더라면, 학생들에게 ‘체벌을 겪지 않을 권리’가 있었더라면, 이번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를 규탄한다. 2019년 3월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 사립학교 교원 역시 국공립 교원과 같은 수위의 징계를 받게 되었으나, 여전히 가해교사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은 요원하다. 성평등한 학교를 위한 추가적인 입법과 본질적인 정책 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형식적 절차를 넘어서, 학내 성평등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 스쿨미투 고발운동의 요구안이었던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성평등 교육, 학생인권법 제정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는 변화를 요구한다. 첫째, 교장은 피해 학생들에게 제대로 사과하라. 자신의 업무 공간에서 사담과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사과가 될 수 없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낱낱이 인정하고, 피해 학생의 존엄과 인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반성하라. 

  둘째, 충렬여자중학교 이사회는 가해 교장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을 이행하라. 학교의 공식 기구가 진실과 정의를 회복하기는커녕, 사태를 축소시키는 데에 급급했음을 사과하라. 나아가, 학생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새학기를 맞이하지 않을 수 있도록, 조속히 가해 교장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을 이행하라.

  셋째, 통영교육지원청과 경상남도교육청은 사안의 제대로 된 해결을 책임져라. 우리의 용기가 좌절로 끝나지 않을 수 있도록, 학교 당국을 감시하고 제재하라. 사립학교라는 이유로 미온적인 권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조치와 모니터링을 통해 사안의 제대로 된 해결을 도모하라.

  넷째, 대한민국 정부는 스쿨미투 고발에 응답하라. 스쿨미투 고발은 여전히 익명의 SNS 계정을 통해 고발되고 있다. 여전히 학교 내에서 고립된 채로 폭력과 차별을 증언해야 하는 여학생들이 있다. 국가는 여전히 여학생들의 편이 아니다. 스쿨미투 고발자들이 외롭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우리는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온국민이 충렬여자중학교의 행보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존재하며, 우리가 경험한 일들은 ‘없던 일’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입장문을 읽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증인이자, 연대자가 되어주기를 희망한다.



2020년 2월 17일

충렬여자중학교 공론화 계정 X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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