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우리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 충북여중 스쿨미투 가해교사 1심 판결을 앞두고

위티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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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 충북여중 스쿨미투 가해교사 1심 판결을 앞두고


  불꽃이 시작되던 순간을 기억한다. 2018년 9월, 충북여자중학교의 스쿨미투 운동이 시작되었다. 수십 년간 침묵되어온 학내 성폭력이 폭로되었고, 충북여중 미투를 지지하는 게시글은 백만 건을 돌파했다. 충북여중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은 청주여상, 충북여고에서도 미투 운동이 이어졌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되었고, 백여 개에 달하는 학교에서 학내 성폭력 고발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스쿨미투 운동의 이면에는 고발자 개개인이 고발 이후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있었다. 충북여중 고발자들은 고발 이후 지금까지, 가해교사와 그 주변인들의 비난과 조롱,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학교는 스쿨미투 고발자를 보호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고발자 색출을 시도하는 등 또다른 가해자로 등장했다. 학생들의 요구를 수렴하겠다는 약속 역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학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스쿨미투는 ‘한 때의 불미스러운 일’로 남았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학교를 뒤로 하고, 법정 투쟁이 이어졌다. 법정에서 가해교사는 당당했다. ‘학생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대했다’며 억울함을 표현했고, ‘진술이 일관된 것을 보아 사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고발자들을 비난한 것은 단순히 교사만이 아니었다. 동료 교사는 ‘딸 같아서 그랬을 것’이라며 가해 교사의 행위를 변화했고, 주변인들은 스쿨미투 고발로 인해 가해교사의 ‘목숨이 왔다갔다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가해교사는 자신이 가진 사회적 지위를 총동원하여 스쿨미투 고발자들을 협박했다. 협소한 지역 사회와 폐쇄적인 학교 문화 속에서 고발자들은 서서히 고립되었다.

  심지어는 고발자의 집으로 친권자에게 익명의 협박편지가 오기도 했다. 고발자의 스쿨미투 운동이 거짓 미투라는 내용이었다. 고발자가 페미니스트라는 점은 그가 스쿨미투를 조작했다는 증거로 제시됐다. 협박편지에는 “외부 단체의 사주를 받았다”는 고발자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말이 쓰여 있었다. 위티는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미투를 사주한 ‘외부 단체’로 지목되었다.

  충북여중 고발자들은 청소년이어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먼저, 청소년은 미성숙하기에 독자적으로 스쿨미투 운동을 진행할 수 없을 거라는 편견에 부딪혔다. 그러나 그들이 지목한 ‘외부 단체’인 위티는 스쿨미투 고발자를 비롯한 청소년 당사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네트워크다. 우리는 미성숙한 청소년을 통제하고 지시하는 ‘외부’의 어른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직접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서로의 ‘내부’가 되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다. 

  또한, 고발 이후의 과정에서 고발자가 아닌 친권자의 의사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협박편지는 고발자 당사자가 아닌, 그들의 친권자를 향했다. 청소년의 주체적인 의사보다는 친권자의 의사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른 스쿨미투 사안에서도 친권자가 대학입시를 이유로 학생의 미투 운동을 가로막거나, 학생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에 친권자와 동석할 것을 강요한 사례가 있었다. 많은 여학생들이 친권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고발을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충북여중 스쿨미투 운동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충북인뉴스의 연속기고를 통해, 충북여중 스쿨미투 운동의 지난한 법정싸움의 기록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고발자들은 다시 말하기 시작했으며, 진실과 정의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다가오는 2월 7일, 충북여중 스쿨미투 가해교사 2인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린다. 우리는 재판부가 가해교사에 대해 정의로운 판결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원 사건 뿐만 아니라, 가해교사가 보였던 협박과 모욕, 허위사실 유포 역시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란다. 

  나아가, 우리는 교육 당국이 가해교사 처벌에 그치지 않고, 학내 성폭력 문화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 재판 과정에서 가해교사를 지지하고 고발자를 매도하는 주변인을 보며, 우리는 스쿨미투가 가해교사 개인을 넘어, 교육 현장 전반의 문제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우리는 교육 당국이 스쿨미투 고발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음에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형식적인 사안처리를 넘어 학내 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충북여중 스쿨미투 고발자들의 싸움이 외롭지 않도록 불꽃을 피울 것이다. 스쿨미투 고발자가 홀로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하는 작금의 구조를 바꿀 것이다. 우리는 하나가 아닌 여럿이기에,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2020년 2월 3일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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