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10/26에 개최할 '따박따박' 서울 강연의 제목을 변경합니다.

위티
201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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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입니다. 강연 포스터를 게시한 이후, 많은 분들의 질타와 지지의 말을 들었습니다. 덕분에 우리 사회에서 '섹스'가 포르노적 통념으로만 사고되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단체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연사와의 상의 끝에, 10월 26일에 개최키로 예정되어 있던 서울 강연(원제 - '나는 섹스하는 청소년입니다')의 제목을 변경하고자 합니다. 기록되지 않은 나의 언어를, 그간 묵살되어 온 스스로의 욕망과 감각을 다시 찾기 위한 이 강연에 여전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권나민 연사님이 보내오신 편지를 동봉합니다. 


- 편지 본문

  안녕하세요, '나의 욕망과 감각을 인식하는 대안적 성교육' <저는 섹스하는 청소년입니다.> 강연(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연사 권나민입니다.

  강연이 벌써 이번주로 성큼 다가왔어요. 그동안 많은 일들이 우리의 언저리에서 맴돌던 것을 기억합니다. 본 프로그램의 제목을 둘러싼 무척 많은 눈총과, 질타의 반응들이 있었습니다. 행사를 공동주최하고 후원해주신 단위들에 민원전화와 협박문자가 쏟아졌습니다. 모 언론사는 단체에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허위 사실을 보도했고, 각 커뮤니티에는 강연에 대해 비방하고 위협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강연의 제목을 둘러싼 말들이 내포하는 의미는 사실 다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섹스는 무시무시하고 음란한 ‘포르노’이니 청소년에게 금기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정말 그럴까요? 절묘하게도, 우리가 강연-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을 꿰뚫고 있습니다. 섹스는 어째서 포르노와 혼동되는가? 우리는 왜 '섹스' 에 대해서 발음하면서, '포르노'의 이미지를 답습하는가? 혼동은 어째서 당연함으로 치부되었는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라는 것은 누구의 언어일까?

  그래서 저희는 강연의 이름을 태연하게 바꾸어내는 것이, 질타의 말들에 대한 근사한 대답이자, 앞서 나열한 질문에 대한 분명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강연의 제목은 얼마든지 변모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섹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얼마든지 섹스를 둘러싼 여러 언어와 이미지는 무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 강연의 제목은 <나는 섹스하는 청소년입니다.> 가 될 수도, <기록되지 않은 나의 역사성 찾기> 가 될 수도, <나의 언어 알아차리기> 가 될 수도, 혹은 <나> 가 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이 강연을 통해 섹스가 포르노적 통념과 혼동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에 대해, 나의 감각과 욕망의 주체가 아니라, 포르노를 수행하는 객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에 대해서, 거듭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섹스는 포르노의 이미지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상실하고 소외되었던 내 언어를 되찾는 작업입니다. 존재하고 접촉하며 현존하는 나의 몸을, 포르노의 카메라 시선이 아닌 나의 경험과 역사를 상대와의 상호성과 호혜성을 통해 다시 알아차리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할 강연의 시간은 포르노적인 통념에 깃든 우리의 일상 감각을 번복하고 재구성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강연의 이름을 얼마든지 다시 부르려고 합니다. 나와 당신의 존재성을 회복하는 우리의 강연은 마땅히 여러 이름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목을 바꾸는 것은 의견 철회의 의미가 아닌 외려 우리의 주체성을 다시금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언제든 우리의 바대로, 이름을 짓고 다시 명명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습니다.

  <섹스> 라는 몸의 행위는 무수히 다양하기에, <나는 섹스하는 청소년입니다.> 라는 제목은 결코 하나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붙잡아 내는 여러 제목들로 하여금, 끝없이 우리를 다시 호명할 수 있는 힘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강연의 제목을 무한히 찾아내는 것이, 언제든 강연의 이름을 다시 말할 수 있는 마땅함이, 우리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함께 모여 이야기할 이 강연에는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전히, <묵살된 각자의 감각과 욕망을> 이야기하는 이 강연에,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시기를, 각자의 제목으로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19년 10월 22일

권나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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