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에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까지,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만들어온 9년의 시간을 마무리합니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추모하는 자유발언대에 모인 청소년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여성’이자 ‘청소년’으로서 겪는 복합적인 차별과 억압의 경험을 나누며, 정숙한 여학생이 될 것을, 고분고분하고 애교 많은 딸이 될 것을 요구하는 사회에 맞서 스스로를 ‘청소년 페미니스트’로 선언했습니다.
2018년,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은 수십 년간 은폐되어 온 학내 성폭력을 고발했습니다. 순수하고 무력한 피해자가 아닌, 변화를 만드는 주체로서 말하기 시작한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의 ‘#스쿨미투’에 수백만 명이 ‘#위드유’로 응답했던 장면은, 고립된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삶을 서로 연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말하기가 계속되도록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위티는 이런 공간이었습니다
위티는 ‘나이가 어려도, 부족하고 뭘 몰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인 곳’, ‘정리되지 않은 생각, 매끄럽지 못한 말이 부끄럽지 않’은 곳,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는 것을 넘어, 금지된 우리의 섹스와 욕망에 대해 마음껏 떠들’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여성 청소년의 일상에서 시작하는 변화’를 꿈꾸며, ‘청소년 페미니스트가 동료 시민으로서 존중받고 자리 잡기 위한 기반’을 현실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지난 9년간 우리가 함께 이뤄온 크고 작은 변화를 되짚어봅니다.
청소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스쿨미투 이후의 변화를 만들고자 했던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2018)」, 프로젝트 「스쿨미투, UN에 가다(2019)」 , 청소년 페미니스트 교육활동가 양성 프로젝트 「경계넘기(2020)」, 연속 수다회 「학교 가기 싫은 날(2023)」
청소년의 성적 실천이 ‘일탈’이 아닌 ‘일상’이 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하고자 했던 「힐난도, 수치도, 자랑도 아닌 콘돔전시회(2020)」, 논평 「왜 누구에게는 ‘n번방’이고 누구에게는 ‘일탈계’였나(2020)」, 청소년 임신중지권 릴레이 연재 프로젝트 「허락은 필요없다(2020)」
청소년이 ‘말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고 활동가들의 성장과 변화에 동행했던 「평등문화 연속 수다회(2019)」, 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 「위티 활동가의 네모(2021)」, 「평등문화 워크샵(2023)」
청소년 페미니스트가 고립되지 않도록 단단한 연결을 이어갔던 청소년 페미니스트 캠프 「페미:나(2016)」, 「캐리비안의 페미들(2021)」과 일상적인 회원 소모임·회원조직 네트워킹 사업들.
스쿨미투에서 출발한 질문들은 서로 교차하며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습니다. 스쿨미투 이후의 학교가 성에 대해 쉬쉬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으로, 배우는 이와 가르치는 이의 이분법을 허무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를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보호를 명목으로 권리를 박탈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청소년의 성적 권리와 즐거움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 확장되었습니다. 청소년이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조건을 고민하며, 단체 내 평등문화 논의와 청소년 참정권∙학생인권 운동을 이어 나갔습니다.
우리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애썼습니다. 위티의 운동은 여성 청소년으로 살아가며 마주한 균열에서 길어낸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자, 기존의 제도와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삶을 드러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처음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활동가로서 자리잡기 위한 기반을 고민했습니다. 또한 전국 곳곳의 청소년 페미니즘 소모임을 회원조직으로 연결하며,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한 지원체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어리고 미성숙하고 불완전하기에 만들 수 있는 변화를 꿈꿨습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운동의 주체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위티의 도전에는 자부심과 어려움이 함께했습니다. 우리는 어리고, 미성숙하고, 불완전하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기존에 청소년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권한과 책임을 새롭게 나누고자 했고, 거창하지 않은 일이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활동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청소년 당사자와 함께 활동하는 과정은 뜻깊었지만, 자원과 선례가 부족한 영역에서의 지난하고 외로운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위티가 실현하고자 했던 가치들은 때로 활동가들에게 버팀과 소진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시행착오가 반복되며 스스로의 서툰 모습과 서로의 부족함을 견디기 힘들어지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위티의 깃발 아래 함께했던 만남과 그 속에서 상상해온 세계는 우리를 분명히 변화시켰습니다. 이러한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는 단체의 깃발을 지키기보다는, 우리들의 연결과 지향을 남기기로 하였습니다. 위티와 함께해온 활동가들이 미숙하고 불완전한 모습을 포함해 각자의 다채로운 욕구와 상황을 존중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운동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이 지속되고 확산되는 방법이 반드시 하나의 단체 형태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더 유연하고 다양한 방식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어보고자 합니다.
위티는 마무리되지만, 우리의 방식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동안 위티를 함께 만들어주신 구성원분들과 시민사회의 수많은 동료 분들,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위티는 그간의 여정을 마무리하지만, 위티라는 공간에 모였던 우리의 운동은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질 것입니다.
위티는 그동안의 활동을 공적으로 기록하고 보존하여,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동료들이 참고할 수 있는 이정표로 남기고자 합니다. 또한 단체 해소 이후 남아 있는 재산은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의 지향을 공유해왔던 다음과 같은 동료 단체들에게 기부하고자 합니다.
-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의 경계를 허무는 페미니즘 교육을 실천해온 교육공동체 나다
- 좋은 어른이 많은 세상이 아닌 나쁜 어른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 시설중심사회에 저항하며 청소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사회경제적 기반을 고민해온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 청소년의 성적 즐거움과 권리를 함께 외치고 요구해온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청소년 인권과 페미니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봤습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지속 가능한 운동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낯설었지만, 우리의 방식을 찾아내고자 애썼습니다. 활동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위티의 방식’이 우리의 삶과 운동 속에 남아있기를, 그리고 우리가 또다시 서로를 찾아낼 시간이 도래하기를 꿈꿔봅니다.
이상으로 2025년 8월 23일, 제7차 임시총회 <우리의 방식>을 기해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를 해산합니다.
2025.08.23.
위티 조직진로팀 발의, 제7차 임시총회 <우리의 방식>에서 결의함.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에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까지,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만들어온 9년의 시간을 마무리합니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추모하는 자유발언대에 모인 청소년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여성’이자 ‘청소년’으로서 겪는 복합적인 차별과 억압의 경험을 나누며, 정숙한 여학생이 될 것을, 고분고분하고 애교 많은 딸이 될 것을 요구하는 사회에 맞서 스스로를 ‘청소년 페미니스트’로 선언했습니다.
2018년,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은 수십 년간 은폐되어 온 학내 성폭력을 고발했습니다. 순수하고 무력한 피해자가 아닌, 변화를 만드는 주체로서 말하기 시작한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의 ‘#스쿨미투’에 수백만 명이 ‘#위드유’로 응답했던 장면은, 고립된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삶을 서로 연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말하기가 계속되도록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위티는 이런 공간이었습니다
위티는 ‘나이가 어려도, 부족하고 뭘 몰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인 곳’, ‘정리되지 않은 생각, 매끄럽지 못한 말이 부끄럽지 않’은 곳,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는 것을 넘어, 금지된 우리의 섹스와 욕망에 대해 마음껏 떠들’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여성 청소년의 일상에서 시작하는 변화’를 꿈꾸며, ‘청소년 페미니스트가 동료 시민으로서 존중받고 자리 잡기 위한 기반’을 현실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지난 9년간 우리가 함께 이뤄온 크고 작은 변화를 되짚어봅니다.
청소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스쿨미투 이후의 변화를 만들고자 했던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2018)」, 프로젝트 「스쿨미투, UN에 가다(2019)」 , 청소년 페미니스트 교육활동가 양성 프로젝트 「경계넘기(2020)」, 연속 수다회 「학교 가기 싫은 날(2023)」
청소년의 성적 실천이 ‘일탈’이 아닌 ‘일상’이 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하고자 했던 「힐난도, 수치도, 자랑도 아닌 콘돔전시회(2020)」, 논평 「왜 누구에게는 ‘n번방’이고 누구에게는 ‘일탈계’였나(2020)」, 청소년 임신중지권 릴레이 연재 프로젝트 「허락은 필요없다(2020)」
청소년이 ‘말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고 활동가들의 성장과 변화에 동행했던 「평등문화 연속 수다회(2019)」, 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 「위티 활동가의 네모(2021)」, 「평등문화 워크샵(2023)」
청소년 페미니스트가 고립되지 않도록 단단한 연결을 이어갔던 청소년 페미니스트 캠프 「페미:나(2016)」, 「캐리비안의 페미들(2021)」과 일상적인 회원 소모임·회원조직 네트워킹 사업들.
스쿨미투에서 출발한 질문들은 서로 교차하며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습니다. 스쿨미투 이후의 학교가 성에 대해 쉬쉬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으로, 배우는 이와 가르치는 이의 이분법을 허무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를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보호를 명목으로 권리를 박탈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청소년의 성적 권리와 즐거움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 확장되었습니다. 청소년이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조건을 고민하며, 단체 내 평등문화 논의와 청소년 참정권∙학생인권 운동을 이어 나갔습니다.
우리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애썼습니다. 위티의 운동은 여성 청소년으로 살아가며 마주한 균열에서 길어낸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자, 기존의 제도와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삶을 드러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처음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활동가로서 자리잡기 위한 기반을 고민했습니다. 또한 전국 곳곳의 청소년 페미니즘 소모임을 회원조직으로 연결하며,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한 지원체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어리고 미성숙하고 불완전하기에 만들 수 있는 변화를 꿈꿨습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운동의 주체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위티의 도전에는 자부심과 어려움이 함께했습니다. 우리는 어리고, 미성숙하고, 불완전하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기존에 청소년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권한과 책임을 새롭게 나누고자 했고, 거창하지 않은 일이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활동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청소년 당사자와 함께 활동하는 과정은 뜻깊었지만, 자원과 선례가 부족한 영역에서의 지난하고 외로운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위티가 실현하고자 했던 가치들은 때로 활동가들에게 버팀과 소진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시행착오가 반복되며 스스로의 서툰 모습과 서로의 부족함을 견디기 힘들어지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위티의 깃발 아래 함께했던 만남과 그 속에서 상상해온 세계는 우리를 분명히 변화시켰습니다. 이러한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는 단체의 깃발을 지키기보다는, 우리들의 연결과 지향을 남기기로 하였습니다. 위티와 함께해온 활동가들이 미숙하고 불완전한 모습을 포함해 각자의 다채로운 욕구와 상황을 존중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운동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이 지속되고 확산되는 방법이 반드시 하나의 단체 형태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더 유연하고 다양한 방식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어보고자 합니다.
위티는 마무리되지만, 우리의 방식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동안 위티를 함께 만들어주신 구성원분들과 시민사회의 수많은 동료 분들,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위티는 그간의 여정을 마무리하지만, 위티라는 공간에 모였던 우리의 운동은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질 것입니다.
위티는 그동안의 활동을 공적으로 기록하고 보존하여,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동료들이 참고할 수 있는 이정표로 남기고자 합니다. 또한 단체 해소 이후 남아 있는 재산은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의 지향을 공유해왔던 다음과 같은 동료 단체들에게 기부하고자 합니다.
-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의 경계를 허무는 페미니즘 교육을 실천해온 교육공동체 나다
- 좋은 어른이 많은 세상이 아닌 나쁜 어른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 시설중심사회에 저항하며 청소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사회경제적 기반을 고민해온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 청소년의 성적 즐거움과 권리를 함께 외치고 요구해온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청소년 인권과 페미니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봤습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지속 가능한 운동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낯설었지만, 우리의 방식을 찾아내고자 애썼습니다. 활동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위티의 방식’이 우리의 삶과 운동 속에 남아있기를, 그리고 우리가 또다시 서로를 찾아낼 시간이 도래하기를 꿈꿔봅니다.
이상으로 2025년 8월 23일, 제7차 임시총회 <우리의 방식>을 기해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를 해산합니다.
2025.08.23.
위티 조직진로팀 발의, 제7차 임시총회 <우리의 방식>에서 결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