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입장폭력을 폭력이라 부를 때 - 아동 초상권 논의에 부쳐

위티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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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을 폭력이라 부를 때 

: 아동 초상권 논의에 부쳐


지난 6월 초, 한 포털 사이트에 글이 올라왔다 ¹ 글쓴이는 자신이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밝히며, 지금까지 자신의 여성 친권자가 자신의 사진을 찍어 맘카페나 블로그 등의 공개적 사이트에 올린 것을 발견했다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먹는, 운동하는, 자는 사진들을 동의 없이 올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진에는 비만이나 사춘기 등 여성 친권자의 걱정이나 품평 역시 함께였다. 글쓴이는 카페 이용자, 누리꾼들이 글을 보고 함께 글쓴이의 몸이나 얼굴에 대해 품평하고, 저 나이 때에는 공부를 열심히 시켜야 한다는 등의 댓글도 함께 목격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과정들이 굉장히 굴욕스럽고, 속상하게 느껴졌다는 이야기 역시 함께다.

 

남의 사진을 함부로 인터넷에 올리면 안된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왜 아동에겐 당연하지 않을까?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아동의 초상권과 의사 존중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아동의 초상권 역시 법적 테두리 내에서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선 동의 없이 누군가의 사진을 배포하거나 SNS에 올리면 4만5000유로(약 5700만원)의 벌금과 1년 징역형에 처한다. 베트남은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 개인정보를 본인 허락 없이 SNS에 올리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2018년 4월,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는 만 7살 이하 어린이의 사진, 영상 등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하려면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하고 만 7살 이상 어린이의 경우에는 반드시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약 25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안 초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사실 부모가 어딘가에 자신의 사진을 허락 없이 업로드할까 걱정하는 것이, 비단 글쓴이만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친권자는 너무나 쉽게 자녀의 사진을 불특정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 업로드하고, 그런 글에는 응당 자녀에 대한 품평이나 과도한 간섭의 댓글이 달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정작 당사자의 동의나 의사가 포함될 여지는 없다. 인터넷 문화가 점차 방대하고 넓어지며, 불법촬영 등의 의제를 포함해 초상권에 대한 논의 역시 물 밑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동이나 어린이의 사진을 ‘부모’가 올리는 것은 이러한 논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아닌, 그저 부모의 ‘자식 자랑’ 정도로 당연하고 가볍게 여겨질 뿐이다.

 

지금까지 아동의 사진을 본인의 허락 없이 올리는 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결국 아동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으며, 존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아동 혐오적인 사회의 관습, 그리고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로 여겨지는 문화 때문이다. 특히 부모가 자신의 자녀 사진을 올리는 행위가 ‘자랑’, 혹은 ‘성장 기록’ 등으로 여겨져 온 까닭은 상당 부분 이러한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아동이 자신의 부모의 사진을 올리며 품평하고, 이를 자랑으로 포장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왜 반대의 경우만 용인되어 왔는가? 이는 그 자체로 아동의 사회문화적 위치를 보여준다.

 

아동의 초상권 논의는 결국 아동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일과 궤를 함께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사업이사인 노영희 변호사는 “엄마나 아빠들이 자랑스러워한다는 미명 아래 수많은 폭력인지 모르고 저질러졌던 것들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² 인권은 늘 “폭력인지 모르고 저질러졌던” 것들이 폭력으로 호명되며 진일보해왔다. 이제는 아동의 사진을 허락 없이 배포하는 행위 역시, ‘폭력’으로 호명되어야 한다. 



2021년 9월 2일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¹ http://naver.me/GNyXsG89

²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90206102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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